벼 수확기를 앞두고 고온·다습한 이상기후 영향으로 경남의 농가에 '깨시무늬병'이 확산하면서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깨씨무늬병 발생은 전국적인 현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깨씨무늬병은 고온성 곰팡이균이 벼잎 등에 달라붙어 영양분을 빨아먹으며 말라 죽게 하는 병이다.
경남 진주시 진성면 구천리 들녘의 모습. 논 중간에 깨씨무늬병이 걸려 잎이 갈색으로 변해 있다.
벼의 잎, 줄기, 이삭 등에 암갈색 또는 갈색의 깨알 같은 점무늬 병반이 생기며 주로 사질토나 노후화 논, 양분이 부족한 토양에서 많이 발생한다. 최근 고온·다습한 날씨로 발생이 늘고 있다.
멀리서 보면 누렇게 잘 익은 듯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깨씨무늬병에 걸려 까만 반점들이 촘촘히 찍혀 있다.
이 병은 한번 발생하면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수확 때까지 지속 발생해 쌀 생산량과 품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경남도에 따르면, 벼 재배 면적은 6만 2300여 ha이며 이중 깨씨무늬병 발생 면적은 634ha가 넘는다. 특히 고성군과 산청군에 피해가 컸다.
노후화된 토양과 친환경 재배 단지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깨씨무늬병이 완연한 경남 진주시 사봉면 마성리 들녘의 벼논 모습. 이상 정창현 기자
산청군은 지난해 깨씨무늬병이 많이 발생해 친환경 재배단지 등을 중심으로 토양검사를 했었다.
검사 결과, 토양에 영양분이 부족한 곳이 많았고 토양 지력이 약해져 작물 생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또 최근 이상기후가 병 발생에 촉진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운영하는 농업토양정보시스템 '흙토람'에서 토양 검사로 처방받은 비료사용 처방서 내용
경남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토양에 양분이 부족하거나 모래땅, 토양관리가 안 된 땅에서 제한적으로 발생했으나 최근 고온·다습한 기후와 집중호우로 인한 논의 물이 넘쳐 양분까지 외부로 유실돼 병 확산에 영향을 줬다"며 "수확기를 앞두고 있어 농약 방제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벼 재배 농가는 추수 후 볏짚을 논에 환원하고 가까운 농업기술센터에 토양 검정을 의뢰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야 한다"며 "병이 발생하면 공동 방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개별 방제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토양 검사를 통한 영양분 보충은 물론 고온성 병해에 강한 품종 육성과 방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