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부·울·경 곳곳에서 역사의 켜를 지니고 있는 문화재와 집안 전통문화를 찾아 그 흔적을 짚어보고, 이를 지켜오는 후세들의 노력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소개합니다. 많은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경남 진주(진양)정씨 은열공파 문중은 28일 오전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에 있는 용산재(龍山齋)에서 '2025년 을사년 은열공 파조 시제'를 봉행했다. 전국에서 찾은 100여 명의 종인(宗人·종중, 즉 문중 사람)이 함께했다.

술잔을 올리는 시제 헌관으로 초헌관(初獻官)에 백문 정수택 씨, 아헌관(亞獻官) 정승환(대종회 수석부회장) 씨, 종헌관(終獻官)에 정윤재(대종회 부회장) 씨가 맡았다. 또 축관(祝官)은 정재을 씨가 맡아 축문을 읽었고, 집례(執禮·제례 진행)는 정재균(대종회 제례위원장) 씨가 했다.

시제를 마친 참석자들은 용산재 뒤편에 위치한 은열공의 묘소를 참배하며 파조(派祖·시조로부터 분파된 첫 조상) 선조의 유덕을 기리고, 문중 간 친목과 화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진양정씨 은열공파 문중 관계자들이 용산재에서 봉행된 시제에서 선조님들께 잔을 올리고 있다.

용산재 안에서 잔을 올리며 제례를 봉행하는 가운데, 시제에 참석한 후손들이 마당에서 무릎을 꿇고서 예를 갖추고 있다.

진양정씨 은열공파는 은열공(殷烈公) 정신열(鄭臣烈) 선생을 파조로 한다. 은열공은 고려 현종 때 외적(거란의 침입)을 물리치는 공적 등으로 금자광록대부 진양부원군(晉陽府院君)에 봉해졌다. 현재 진주성 내에 있는 청계서원에 모셔져 있다.

은열공의 묘소

시제 참석자들은 오후엔 용산재 인근인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 단성신단을 찾아 예의판서를 지낸 휘 정유(愈) 선조와 문충공 휘 정천익(天益) 선조의 선영에서 시제를 차례로 지냈다.

산청군 단성신단에서 예의판서를 지낸 정유(愈) 선조의 선영에 제향을 올리고 있다.

문충 퇴헌공 정천익 선생은 사위 문익점 선생이 고려시대 중국 사신으로 갔다 오면서 붓뚜껑에 숨겨 들여온 목화씨를 사위와 반씩 나눠 심었다. 이중 한 개의 씨앗이 유일하게 발아됐고, 이 목화로 실을 짜는 물레를 발명하는 등 우리 민족의 일대 의류혁명을 일으켰다.

산청군 단성신단에서 문충공 정천익(天益) 선조의 선영에 제향을 올리는 모습

앞서 참석자들은 오전 용산재로 가는 길목인 명석면 용산리에 있는 선조 유적지인 '진양부원군 은열공 관정선생 신도비'도 찾아 답사를 했다.

은열공 후손들이 용산재 시제 참석 앞서 찾았던 '진양부원군 은열공 관정선생 신도비' 모습

산청군 단성면 관정리 단성신단 인근에 위치한 은열공 선생의 유적비와 세거비. 단성신단에서 진주 방향으로 3km 정도 떨어져 있다.

집례를 맡았던 정재균 씨는 "오늘 시제에서 선조들의 효와 예민사상을 배우며 선조들에 대한 존경과 명문 가문의 전통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다"며 "무엇보다 모두가 바쁜 일상 속에서 은열공파의 역사와 뿌리를 확인하고, 종중의 단합과 계승 의지를 다지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용산재에서 시제를 마친 진양정씨 은열공파 후손들이 뜰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용어 풀이

- 세거지(世居地)/ 특정한 성씨가 모여 대대로 사는 지역이다.

- 파조(派祖)/ 시조로부터 분파된 한 파계의 첫 조상, 파시조와 같은 말이다.

- 시제(時祭)/ 음력 10월에 5대 이상의 조상 묘를 찾아 지내는 제사다.

- 신도비(神道碑)/ 돌아가신 분의 묘로(墓路·묘로 가는 길), 즉 신도(神道·신령이 지나가는 길)다. 통상 묘의 남동쪽에서 남쪽을 향해 세운 비석이다. 묘 주인공의 삶을 기록한 비문을 새긴다.

- 휘(諱)/ 돌아가신 어른의 생전 이름이다.

■ 추가 사진(행사 스케치 등)

▶ 만남-안부 인사

문중 인사들이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 중년 참석자가 문중 어르신에게 인사를 올리는 모습

오랜만에 만난 문중 참석자들이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해 주었다.

일년에 한 번 치르는 시제에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정담을 나누는 문중 인사들

문중 인사들이 용산재 대문 안쪽 뜰에 서서 시제를 기다리고 있다. 대문 현판 '숭유문'은 유교를 숭상한다는 뜻으로 정신열 선조를 기리는 의미로 단 것으로 여겨진다.

한 참석자가 종이에 이름 등을 기입하고 있다. 향후 문중 행사 안내용으로 활용된다.

▶ 진주시 명석면 은열공 시제

제관이 제복 매무새를 고쳐주고 있다.

제례를 진행하기 전 정재균 집례자가 큰절을 올리고 있다.

제례 집사의 한 명인 알자(謁者)가 헌관들을 안내하기 위해 예를 갖추고 인사를 하고 있다.

한 제관(헌관)이 제례상에 향불을 붙이고 있다.

제관과 참석자들이 큰절을 올리는 모습

초헌관이 첫잔을 올린 뒤 대축(大祝)이 축문을 읽고 있다. 대축이란 제향 때에 초헌관이 술을 따르고 나서 신위 옆에서 축문을 읽는 사람이다.

초헌관이 큰절을 하고 있다.

아헌관이 잔을 올리는 모습

3명의 헌관이 신위에 올렸던 술과 음식을 음복하고 있다.

▶ 용산재 뜰 점심 식사

참석자들이 먹을 고기전을 썰고 있다.

끓인 고깃국. 시제 참석을 위해 먼길을 마다하고 온 문중 인사들의 속을 따끈하게 데우고 든든하게 채워줄 국이다.

문중 사람들이 용산재 뜰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헌관 등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 진주시 명석면 은열공 묘소 참배

시제 참석자들이 은열공 묘소 참배를 위해 산길을 이동하고 있다.

은열공의 묘소

은열공의 묘비

▶ 산청군 단성면 단성신단 시제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에 소재한 설단(設壇)에서 추가 시제가 봉행되고 있다. 설단은 묘제(墓祭), 즉 산소에서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오래돼 묘소를 찾을 수 없을 경우 등으로 만든 제단이다.

산청군 단성면 단성신단 안내문

산청군 단성면에 있는 문충공 정천익 선생의 공덕 추모비. 이상 정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