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은 대설(大雪)입니다. 큰 대, 눈 설, 큰눈이 내리는 때이지요. 24절기 중 21번째이니 막바지 절기입니다.

농사가 가장 큰 근본이던 시절엔 추운 겨울 날씨와 함께 농한기에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입동(立冬)과 소설, 대설과 동지, 소한(小寒)과 대한(大寒)까지를 겨울이라고 여깁니다.

옛 중국에서는 대설로부터 동지까지의 기간을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범이 교미해 새끼를 치며, 말후(末候)에는 여지(荔枝·여주)가 돋아난다고 했다고 합니다. 한반도에서도 이를 원용하지만 중국과 다소의 시차가 있습니다.

지난해 대설 때 경남 진주시에 눈이 내린 모습

대설 절기 때 기온은 영하권으로 떨어지고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됨은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가을걷이가 끝난 농한기(農閑期)로 예전엔 산에 올라 아랫목을 따뜻하게 데울 땔감을 준비하거나 사랑방에 앉아 이듬해 농사에 쓸 새끼를 꼬았지요.

요즘은 지구온난화로 절기의 기상학적 의미가 점점 퇴색돼 갑니다. 농촌의 경우 채소 등 시설하우스 농가가 많아 사시사철 바쁩니다. 겨울철이 되레 더 바쁜 곳이 더 많습니다.

오늘은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맑은 날씨에 기온도 평년 수준입니다. 눈도 오지 않습니다.

경남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날씨는 아침엔 영하권 근처였지만 낮에는 포근해졌습니다. 눈 대신 초미세먼지 농도가 짙어 외출을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기상청은 당분간 예년보다 온화한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요즘엔 온화해진 현상이 뚜렷합니다. 다만 갑작스런 매서운 추위와 큰눈도 잦은 편입니다.

서울의 대설 절기 기온을 5년 단위로 살펴보면 2015년의 최저기온은 영하 3.4도, 최고기온은 6.7도였는데 2020년에는 영하 0.7도와 6.3도, 지난해에는 영하 2.5도와 4.6도로 였습니다.

요즘 대설 절기에 김장을 많이 합니다. 물론 입동 절기부터 하지만 대설 절기에 피크를 이루지요. 예전엔 날씨가 추워 좀 빨리 했습니다.

한땐 대부분의 가정에선 김장김치를 사서 먹었지만 요즘 다시 김장을 하는 가정이 늘고 있답니다. 가족의 양념 기호와 중국산 등 시중 유통 김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치를 직접 담그는 경우 농촌에선 텃밭에서 가꾼 배추와 무를 뽑아 담그지만 시중에 파는 절임배추 등을 사서 김장을 하는 가정도 많답니다.

편리함에 사서 먹다가 다시 직접 김장을 한다니 세상사 돌고 돕니다.

대설 절기에 중요한 또 다른 일은 메주쑤기입니다.

가을에 수확한 노란 콩을 삶아 뭉그러질 때까지 절구로 찧고 덩어리로 만듭니다. 둥글넙적하게 혹은 네모지게 다듬는데 이게 메주입니다.

메주는 짝수로 만들면 불길하다고 여겨 홀수로 만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든 메주는 볏짚으로 묶어 처마 밑이나 방 아랫목 벽에 매달아 띄웁니다. 시골에서 자란 분들은 해마다 보던 모습입니다. 이 토속적인 풍경은 농가의 대표적인 겨울 정취였습니다.

겨우내 발효된 메주는 이듬해 봄 된장과 간장의 재료가 됩니다.

대설 절기엔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음식을 잘 먹어야 합니다. 따라서 조상들은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을 찾아 챙겨 먹었습니다.

대표적인 제철 음식은 청어였는데 푸른빛을 띠어 조상에게 올렸답니다. 이를 ‘천신’이라고 합니다. 경북 포항 명물 과메기 재료였습니다.한겨울 별미로 냉면과 동치미를 즐겼습니다. 남쪽보다 북쪽에서 더 즐겼습니다. 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 국물은 별미였습니다. 찐 고구마와 함께 먹으면 그만이었지요.

과거 농경 사회에서의 대설 절기는 남달리 의미가 있었습니다.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고, 다음 해에 '보리 풍년'이 속설이 전해집니다.

대설 절기에 내리는 눈은 농사의 흉풍을 따지는 기준이기도 했습니다.

'보리 풍년' 속설은 요즘엔 농가에서 보리를 거의 심지 않아 생갱합니다.

이맘 때면 가을에 뿌렸던 보리가 싹을 틔워 자라 초록 잎을 보입니다. 내린 눈이 이를 덮어 보온덮개 역할을 해줘 겨울 삭풍을 막아 동해(凍害)를 방지합니다.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는 속담이 이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겨우내 녹지 않고 있다가 봄에 녹으면서 토양에 수분을 공급해 봄 가뭄을 막아줍니다.

지금은 많이 퇴색된 그 옛날 겨울철 추억거리, 중노년층엔 그리움의 대상으로 머리 속에 멤돌 겁니다.

날씨도 온화하다니 가까운 들판으로 발길을 옮겨 바람 한번 쐬시지요.

논바닥에 언 벼 그루터기가 반기며 대설 절기를 느끼게 해 줄겁니다. 혹여 보리밭을 보는 행운도 가질 수 있습니다.

초미세먼지가 낀다니 마스크는 꼭 끼고 나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