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불모지'인 경남 의령군의 기숙형 공립학사인 '행복학습관'이 2023학년도 대학입학 수시전형에서 고3 수험생 17명 중 15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들 대부분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 주요 대학에 진학했다.
의령군은 인구 2만 6천명의 '초미니 자치단체'이다. 관내에 고등학교가 3개(일반고 2개, 특성화고 1개)뿐이고 고교 3학년 학생 수도 1백여 명에 불과하다.
반전의 시작은 지난 2016년 의령군 장학회가 탄생하면서다. 의령군수가 의령군 장학회 이사장이 돼 교육 경쟁력 강화와 지역인재 육성에 신경을 썼다. 현재 1700명의 후원자가 의령군 장학회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의령행복학습관 전경. 의령군 제공
2018년에 '행복학습관'이 설립됐다. 의령군장학회의 장학기금으로 운영되는 행복학습관은 매 학기 시험을 치러 중 3학년~고 3학년에서 학년별로 20명씩 선발해 매일 방과 후에 학습관에서 숙식을 하며 입시를 준비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입시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학습관에서 초기부터 학생들과 호흡을 함께해온 10명 안팎 강사들의 열정적인 학생별 맞춤형 지도가 빛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강사 실력에 더해 축적된 학업 관리 체계가 단단히 자리 잡았다. 서울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 및 면접관 초청 설명회를 7회 이상 개최한 것도 효과를 봤다.
서울대에 합격한 김강현(19) 군은 "선생님 실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교과목 외에 생활기록부, 면접 등 모든 것을 챙겨주신다"며 "인생 상담, 동기부여 등 의지를 다지는 데 강한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 군은 공부하면서 궁금한 점은 추가로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보고서 작성하듯 '정리하는 공부 습관'을 서울대 합격 비결로 꼽았다.
행복학습관의 시설과 복지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고려대 합격생 전지윤(19) 군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습실 장소 제공 하나만으로 행복학습관은 너무 좋았다"며 "학습관 편의시설은 물론이고 귀가 때 택시를 지원해주는 배려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기숙사 시설, 급식, 교통편의 제공 등 학습관이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로 칭찬했다.
행복학습관 개원 이래 가장 큰 성과를 낸 것은 학교와 행복학습관의 공조가 큰 역할을 했다.
행복학습관 박보국 교무실장은 "학교 선생님들의 열정, 학부모들의 성원으로 모두가 합심해 이룬 결과"라면서 "특히 학교 빼고는 이번 성과를 얘기할 수 없다. 질 높은 공교육의 수혜를 바탕으로 이룬 쾌거"라고 말했다.
의령고 김수호 교감은 "학교 입장에서는 한 사람의 학생도 놓칠 수 없다. 행복학습관 학생들의 공부 계획을 확인하고, 학습관 교육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관계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의령군은 행복학습관이 관내 인구 증가에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의령고와 의령여고는 관내 학생 정원 미달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행복학습관의 입소문으로 지난해 25명의 학생이 유입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자 군은 인구 증가의 기대도 하고 있다.
오태완 군수는 "좋은 인재는 좋은 의령을 만든다. 단지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실 있는 의령 교육을 완성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