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의 '사진첩 다시 열다'는 더경남뉴스가 사진자료방에 넣어두고, 그간 기사로서 빛을 내지 못한 사진을 뒤늦게 독자분들께 기사화 하는 코너입니다. 예를 들어 꽃 피는 봄의 정취를 한겨울에 보는 코너로 보면 의미를 더할 듯합니다. 편집자 주
초겨울입니다. 지난 10월 15일 경남 진주시 진성면의 한 야산 길 옆에 자리하던 이끼의 자태입니다.
절기상 가을이 왔건만 '오지 않은' 현장입니다.
올 가을은 늦게까지 여름철 비처럼 비가 잦고 늦더위가 지속됐습니다. 풀과 나뭇잎도 여름철과 같이 푸르름을 잃지 않아 저마다 고개를 갸우뚱했었지요.
초겨울을 맞은 11월 말, 한 달 전 신비하고도 오묘한 '이끼 세상' 구경하기를 바랍니다.
밤 과수원 임도 옆 돌담에 '꼬마왕국 야산' 형상으로 자리한 이끼 군상들
이끼 모습이 고슴도치 같기도 하고 밤송이 같기도 하다.
늦가을 날씨에 푸른 이끼가 변색한 곳도 보인다.
임도 석축의 시멘트 위에 자리해 여름 한 철을 황성하게 보낸 이끼들. 늦더위에 비마저 잦아 주위도 온통 푸른색이다.
원초적 생명력을 가진 이끼는 태고적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양지바른 곳인데 이끼가 군락을 이룬 게 이채롭다. 돌세멘트 바닥이 수분을 머금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못한 태초의 곳 정취를 느끼게 하는 모습이다. 이끼의 정취가 그렇고 긴 세월에 잘게 부서진 자갈도 그러하다.
큼지막한 돌담벽에도 이끼는 세력을 뻗혀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전체 모습이 열대우림지의 '이끼나무숲'처럼 와닿는다.
앞의 사진에서도 언급했듯 밤나무 밭에 떨어진 푸른 밤송이가 모여 있는 듯, 푸른 불가사리가 산으로 소풍을 온듯 묘한 정취를 선물한다.
복슬복슬한 털 모양의 이끼 주위로 풀잎들이 포인트를 주며 자리해 조화롭다.
동화 속의 작은 밀림을 보는 것 같은 이끼들. 사진으로 보면 크게 보이지만 실물들은 아주 작다. 이상 정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