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특별검사팀이 통일교와 국민의힘 간 '정교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통일교 측이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도 전방위로 접근했던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통일교 측이 민주당 인사들에게 현금 등 금품을 제공하거나 출판기념회에서 책 구입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진술 등이 나왔다.
특히 민주당 의원(부산 북구 갑)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현금 4000만 원과 고가 명품 시계 2개를 건넸다는 진술도 했다. 전 장관은 현재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강력 부상해 있다.
특검은 그동안 권성동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의 금품 수수 수사만 하고 민주당 건은 진술이 나와도 사실관계 확인을 진행하지 않고 쉬쉬 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편파 수사 파장이 커지자 수사 종료 시한이 2주 넘게 남아 있는데도 9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사건을 이첩했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를 댔다.
민주당 의원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전 장관 페이스북
10일 일부 언론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는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을 중심으로 국민의힘 뿐 아니라 민주당과 접촉면을 넓혀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대선 직전엔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측과도 접촉한 것으로 보도됐다.
조선일보는 "윤 씨와 통일교 핵심 인사 이 모 씨가 2022년 1~2월에 한 통화 내용 녹취록에, 당시 통일교가 ‘한반도 평화 서밋’ 행사 준비차 민주당 관계자들을 접촉했거나 접촉하려 한 정황이 담겨 있다"며 "통일교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측에 접근하며 이 후보 라인과 문재인 정부 라인을 구분해 접근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윤 씨는 이 매체에 "여권 쪽에 어프로치(접근)한 건 두 라인이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라인"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라인으로 언급된 인물은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장관 등 3명이다. 이 대선 후보 측 라인으로는 현 정부 핵심 인사와 캠프 관계자들이 다수 언급됐다.
윤 씨는 이 후보가 경기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 일했던 측근 A 씨를 언급하며 "A 씨 라인에 연결된 분이 있으면 좋은 관계를 계속 맺어야 한다"며 "우리 기획에서 뛰는 사람은 5명"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윤 씨는 이 후보 측 라인으로 현 정부 장관급 인사 2명, 현 정부 차관급 인사 1명, 대선 캠프 출신 전현직 의원 2명 등의 실명을 거론했다.
윤 씨는 지난 5일 재판에서도 "행사(한반도 평화 서밋)를 위해 양쪽에 어프로치 했고, 민주당도 여러 차례 어프로치 했다고 특검에 증언했다"고 확인진술했다.
윤 씨는 특검이 재판부에 제출한 녹취록에서도 윤 씨는 "우리가 어디 한쪽을 밀었다고 느껴지지 않게 되어 있다. (양측이) 우리에게 신세를 지게끔 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 윤 씨 심복이었던 통일교 관계자는 당시 민주당 현역 의원이었던 B 씨의 소개로 민주당 내 단체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B 씨가 행사에서 연설할 때 회당 500만 원씩 줬고, B 씨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 앞에서 노래를 부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통일교에서는 연설이나 설교를 하면 통상 회당 100만 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특히 윤 씨는 지난 8월 민중기특검팀 면담에서 민주당 의원인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현금 4000만 원과 까르띠에·불가리 명품 시계 2개를 건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전직 민주당 의원에게도 3000만 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통일교 내부에선 현 여권 고위 관계자의 통일교 연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통일교 자금을 여러 사람 이름으로 나눠서 ‘쪼개기 후원’으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을 준 민주당 인사도 전직 의원을 포함해 최소 4명으로 알려졌다.
통일교가 출판기념회 때 책 구매 등의 방식으로 지원한 민주당 의원도 10여 명에 이른다는 말도 나온다.
통일교 지역 조직 관계자들은 지난 8일 한 총재 등의 재판에서 교인들이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했다고 증언했다.
재판 증인으로 나온 유 모 씨는 ‘윤 씨가 국민의힘만 아니라 민주당도 당원으로 가입해달라고 했냐’는 특검 측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통일교가 교인들을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의힘 뿐 아니라 민주당에도 가입시켰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