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으로 투병하던 연극배우 윤석화가 69세를 일기로 19일 오전 자신이 평생 무대로 삼았던 세상과 이별했다.
고인은 지난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뒤 '신의 아그네스', '하나를 위한 노래', '프쉬케',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에 출연하며 스타급 배우 반열에 올랐다.
이후 선배 배우 박정자·손숙 씨와 함께 연극계를 이끌었다.
고인이 유명해진 것은 지난 1982년 한국에서 첫 공연된 '신의 아그네스'였다.
존 필미어의 원작인 이 작품에서 고인은 주인공 '아그네스'역과 함께 번역을 맡았다. 연극은 최장 공연을 기록했고, 고인은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 여성동아대상 등을 받았다.
연극 무대뿐 아니라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약했다.
1976년 뮤지컬 '신데렐라'를 시작으로 '명성황후', '넌센스',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에 출연했다.
또 드라마 '불새'·'샴푸의 여정', 영화 '레테의 연가'·'봄 눈'에 출연했다.
광고에서도 널리 알려졌었다.
1990년 커피 CF 대사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를 유행시켰고, 아이스크림 CF의 주제곡을 직접 불렀다.
고인은 제작자로서의 활동도 활발했다.
1994년 자신의 이름 석화(石花)를 딴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대표 이사를 맡았다.
만화 영화 '홍길동 95'를 제작했고, 1999년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2013년까지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또 2002년 부터 2019년까지 설치극장 정미소를 운영했다.
고인은 아들과 딸 아이를 입양해 국내 입양 문화 개선에 영향을 줬고, 관련해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고인은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4차례 받았고 여성동아대상, 서울연극제, 이해랑 연극상, 연출가협회 배우상 등을 받았다.
2009년에는 연극·무용부문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7년 연예계 허위 학력 논란, 2013년 조세회피처인 페이퍼 컴퍼니 설립 파장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고인은 3년 전인 2022년 8월 영국에서 연극 '햄릿' 무대를 마친 뒤 10월 영국 출장 중 쓰러져 뇌종양 진단을 받고 서울에서 3차례 수술을 받았다.
이후 “하루를 살아도 나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항암 치료 대신 자연요법 치료에 전념하면서 3년여 투병했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이듬해 투병 중에도 손숙 씨가 출연한 연극 '토카타'에 우정 출연을 했었다. 이 무대가 고인의 마지막이었다.
이 공연에서 마지막 부분에서 '공원 벤치에 앉은 노인' 역으로 5분가량 등장해 대사는 하지 않고 뒷모습만 보였다. 짧은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책장을 넘기는 연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