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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이인규 전 중수부장, '(노무현) 논두렁 시계 다툼 여지 없어' 주장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출판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17 13:50 | 최종 수정 2024.10.04 05:45 의견 0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중수부장실 면담에서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좌파 진영에서는 '논두렁 시계'는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전 중수부장은 17일 펴낸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조갑제닷컴 출간)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 관련 비리 사건들이 포함된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다가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 후 2009년 5월 23일 서거하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그는 이 책에서 당시 노 대통령의 변호인(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사의 진실을 알면서도 그의 회고록 ‘운명’에서 과거에 했던 말을 뒤집고, 사실을 왜곡해 검찰 수사를 폄훼했다고 폭로했다.

문 변호사는 대통령이 된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저지른 비리의 실체는 은폐하고 검찰을 악마화 하는 전략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는 이로 인해 인터넷 공간엔 노 전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에서 수많은 억측과 허위 사실이 진실인 것처럼 떠돌게 됐고, 이러한 거짓을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이 전 중수부장은 저서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책임을 당시 변호인이었던 문 전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 탓이라고 비판했다.

문 변호사가 수사 책임자인 자신은 물론 수사팀 누구에게도 연락하거나 찾아온 적이 없었고, 수사 내용을 파악해 수사 방향을 조율한 적도 없으며. 노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사실을 주장하고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 한 장 제출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문 변호사가 제대로 된 변호 전략도 없이 검찰을 비난하고 막무가내로 범죄를 부인하기만 했다”며 “솔직한 검찰의 입장을 묻고 증거 관계에 대한 대화를 통해 사실을 정리해 나갔더라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노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문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직전 1주일 동안 노 전 대통령을 찾지도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논두렁 시계'로 알려져 있는 피아제 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양숙 여사가 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피아제 남녀 시계 세트 2개(시가 2억 550만 원)를 받은 사실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세간에서의 논란과 달리 '받았다'는 말이다.

그는 또 2007년 6월 29일 권 여사가 청와대에서 정상문 당시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 그해 9월 22일 추가로 40만 달러를 받은 사실도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와 공모해 아들 노건호씨 미국 주택 구입 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그는 “검찰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해 유죄를 받아낼 수 있는 충분한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전 중수부장은 2009년 4월 30일 중수부 조사실에서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회장이 대면했다고 했다.

당시 두 사람의 진술에 차이가 있어 대질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이후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을 만나게라도 하라고 수사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사실에서 박 회장은 “대통령님, 우짤라고 이러십니까”라고 했고, 노 전 대통령은 “고생이 많습니다. 저도 감옥 가게 생겼어요. 감옥 가면 통방(이웃 감방 수감자와 소통) 합시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100만 달러 수수에 대해선 “저나 저의 가족이 미국에 집을 사면 조·중·동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부인했다고 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당시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피아제 명품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게 어떠냐”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정보원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했지만 “수사에 간섭하지 말라”고 거부했다고 했다.

이 책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피의 사실을 공개했다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했다 ▲망신 주려고 ‘논두렁 시계’ 의혹을 지어냈다 ▲신문(訊問)을 직접 담당한 우병우 중수1과장이 모욕했다 등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시중의 소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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