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날'···오늘(4일)은 청명(淸明)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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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4 12:21 | 최종 수정 2024.04.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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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은 청명(淸明)입니다. 바로 앞 절기 춘분(春分)과 바로 뒤 곡우(穀雨) 사이의 절기입니다.
맑을 청(淸), 밝을 명(明)으로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시절입니다. 우리가 자주 말하는 "날씨가 청명하다"는 말이 청명에서 온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경남 서부를 중심으로 약간의 비가 옵니다.
다음 날인 5일은 한식(寒食)입니다. 찰 한(寒), 밥 식(食)으로, '찬 음식을 먹는 날'입니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 일반'이란 말이 이래서 나온 겁니다.
식목일(5일)도 끼어 있지요.
청명·한식은 예부터 '손 없는 날'로 인식돼 겨우내 찾지 못했던 산소를 찾아 돌봅니다. 날씨가 얼었다 풀리면 축대가 무너지거나 봉분이 헐 경우가 있지요. 집수리도 이때 많이 합니다.
요즘엔 봄의 상징을 벚꽃으로 말하지만, 옛날엔 이 무렵 오동나무 꽃이 피고, 종달새가 울며, 무지개가 처음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농가에서는 농삿일 준비를 하는 철입니다. 논밭에 가래질을 하고, 씨를 뿌립니다.
청명이나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고, 어가에서도 어종이 많아져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하지요.
요즘엔 날씨가 불안정해 농작물 피해를 많이 입어 날씨에 많이 민감합니다. 사과값과 수박 등 시설채소값이 너무 올라 아우성입니다.
풍습 몇 개를 소개합니다.
청명을 전후해 찹쌀로 빚은 청명주(淸明酒)라는 게 있는데 담근 지 7일이 지난 뒤 위에 뜬 것을 걷어내고 맑은 것을 마신다고 합니다. 단어 뜻 그대로 맑고 깨끗한 술을 마신다는 뜻입니다.
또 이 시기에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해서 한 해 동안 먹을 장을 담갔습니다. 이도 청명한, 즉 맑은 장을 담근다는 의미이겠지요.
또 쑥이 나오는 시절이니 쑥단자, 쑥탕, 쑥떡을 만들어 향긋한 쑥냄새에 봄의 정취를 나누기도 합니다.
예전 서해에서는 이 때부터 곡우 때까지 작지만 맛이 있는 조기잡이로 성시(盛市)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4월의 '조기 파시(波市)'라고 하지요.
이 무렵엔 무엇이든 심으면 잘 자라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