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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화제]높이 11m 교량 위서 45분간 손 잡고 버텨…교통사고 운전사 구한 구급대원

정화영 수습기자 승인 2024.11.28 23:23 | 최종 수정 2024.11.30 16:49 의견 0

대설주의보 속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눈길에 미끄러져 교량에 대롱대롱 걸린 대형 트레일러 안에서 버티던 운전사가 구조된, 흔치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 위태로운 순간, 운전사를 구한 건 구급대원이었다. 구급대원은 무려 45분간을 맨손으로 운전자의 손을 붙잡고 버텼다.

경북 안동시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풍산대교에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위태롭게 난간에 걸려 있다. 경북도소방본부

27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9분쯤 경북 안동시 풍산읍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189.6㎞ 지점에서 시멘트 25t을 적재한 화물 트레일러가 눈길에 미끄러져 운전석이 계평교 난간에 걸렸다.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풍산대교에서 발생한 사고로 11m 높이 교량 아래로 떨어질 위험에 처한 운전자를 맨손으로 붙잡고 있는 박준현 소방교. 경북소방본부

소방 당국이 신고를 받았고 풍산119안전센터 소속 구급대원 박준현(34) 소방교와 대원들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박 소방교는 트레일러 트럭 운전석 안에 운전기사가 있는 것을 보고 곧바로 이 운전사의 손을 붙잡았다.

이어 추락사고 우려에 펌프차에 있던 로프로 운전기사의 팔을 여러 번 휘감아 다른 구조대원 2명과 연결했다. 박 소방교와 운전사는 계속 두 손을 맞잡은 채였다. 곧이어 교량 아래 도로에 에어매트가 깔리고 굴절차도 도착했다.

안동 풍산119안전센터 소속 박준현 소방교

교량 높이는 11m였고 두 사람은 힘겹게 생명줄로 지탱하며 추위와 고통 속에 무려 45분을 버텼다. 박 소방교는 두려움 속의 운전사를 진정시키며 사력을 다했다.

박 소방교는 "(운전사가) 꺼내 달라, 이런 말을 반복하고 자주 움직여서 구조 대원들이 안전하게 구조해 줄 수 있으니까 조금만 참아라고 반복해 얘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트럭 운전사는 사고 발생 1시간 1분 만인 오전 10시 30분쯤 안전하게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 소방교는 "처음엔 운전석 안에 이불이 쌓여 있어 운전사가 보이지 않았다. 이불을 치워보니 겨우 상체만 운전석 안에 걸치고 있었고 운전석에 다리를 낀 채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어떻게든 잡아야겠다 싶어서 (난간 아래로) 손을 뻗어보니 손만 겨우 잡혀 일단 잡고만 있었는데 그렇게 45분을 버텼다"고 했다.

박 소방교는 "보통은 차가 도로 위에서 찌그러져 문만 열면 됐는데 구조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너무 좁았다"고 말했다.

이날 구조 현장에는 안동소방서, 예천소방서, 도청119안전센터 소속 소방관 20여 명도 함께했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영웅이 따로 있나. 소방관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고 자자한 칭찬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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