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보다 더 높은 농도의 핵 실험 후 공기 중에 있는 삼중수소(트리튬·tritium) 물을 마셔왔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28일 조선일보에 "우리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60여 년간 진행된 미국과 소련의 핵 실험 과정에서 만들어진 삼중수소를 물을 통해 섭취해왔다"며 "핵 실험 과정에서 삼중수소가 공기 중으로 퍼졌고, 이 삼중수소는 빗물을 거쳐 생수로 체내에 공급돼 왔다"고 밝혔다.
예컨대 1980년대에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에서 원자로가 터져 그 속에 있던 삼중수소 등 방사능 물질이 비교도 안 될만큼 공중으로 흩뿌려졌다는 말이다.
그는 "우리가 먹는 생수에는 1ℓ(리터)당 1Bq(베크렐)의 삼중수소가 포함돼 있으며 일반 성인의 체내에도 40베크렐 수준의 삼중수소가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강 교수는 “핵 실험을 통해 공기 중으로 노출된 삼중수소가 빗물 형태로 체내에 흡수되면 오히려 삼중수소를 직접 섭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삼중수소를 바다를 통해 방류하면 물에 희석돼 수산물 등을 통해 체내에 흡수되는 양은 극소량”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은 지난 24일 오후 1시 3분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희석해 태평양으로 방류하기 시작했고, 방류 첫날 원전 반경 3㎞ 이내 10곳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 농도는 모두 리터당 10베크렐을 밑돌며 정상 범위 이내로 나타났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자신들의 몸에 삼중수소가 없었고, 먹어본 적도 없었는데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를 방류해서 처음으로 삼중수소를 먹게 된다고 착각한다”며 “섭취하는 삼중수소가 어디서 만들어졌냐의 차이인데,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의 100만 배나 더 많은 양의 삼중수소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태평양을 돌아 7~8년 후 우리나라에 도달했을 때 삼중수소 농도는 지금까지 우리가 물을 통해 섭취해온 삼중수소 농도의 100만 분의 1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더불어 “후쿠시마에서 나오는 오염수에 22조 베크럴의 삼중수소가 포함돼 있다”며 “방류 우려의 관건은 결국 삼중수소의 농도인데, 바다로 방류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앞으로 6000억 년간 삼중수소로 인한 문제가 전혀 없을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의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며 “러시아가 공기를 통해 내보낸 삼중수소 양이 훨씬 더 막대한데 바다로 희석해 내보내는 일본 오염수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강 교수는 또 "일각에서는 ‘방류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일본에서 농업용수로 사용하라’고 주장하는데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얘기이고, 이렇게 하면 일본 주민들이 삼중수소에 노출된 공기를 그대로 마시게 되고 한국으로도 공기 흐름을 통해 삼중수소가 미량이지만 넘어와 방류보다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후쿠시마에서 바다를 통해 방류하면 북태평양 해류에 의해 미국 알래스카 방향으로 가장 먼저 도달하고 우리나라엔 수년 후에 다가와 희석되지만, 농업용수 등 공기 중으로 증발된 삼중수소는 대기 흐름 상 우리나라로 곧바로 확산된다는 말이다.
강 교수는 특히 “육상에서 빗물 등을 맞으며 자란 농산물이나 물을 마시며 자란 육류는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보다 삼중수소 농도가 10배가량 높다”며 “삼중수소 섭취를 조금이라도 덜하고 싶으면 오히려 수산물을 많이 먹어야 된다”고 했다.
오염수 방류 문제가 정치적 갈등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고도 했다.
강 교수는 “과거에도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논란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된 적이 있다. 그때 타격을 받은 이들은 일부 수입업자와 미국이었지만 이번 오염수 논란으로 직접 타격을 받는 이들은 우리 수산물 관련 종사자들”이라며 “우리 국민들에게 피해를 줘가면서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