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전화 소름 끼쳐요"···서울 서초구 서이초교 교사, 사망전 학교에 3차례 상담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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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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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이초교에서 지난 18일 숨진 교사 A(23) 씨가 지난해부터 학부모 민원과 관련해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 A 씨는 지난 18일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A 교사가 학교 폭력 관련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과 학부모 갑질 민원 의혹이 제기됐다.
정경희 의원(국민의힘)이 2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2건, 올해 8건 등 지난해 5월부터 이달까지 10차례 학교에 상담을 신청했다. 7월에는 3차례 상담을 받았다.
이 중 두 차례는 학생 두 명이 실랑이를 벌이다가 연필로 다른 학생 이마를 그은 사건 관련이었다. 당시 A 씨는 이 사건을 학교에 보고한 뒤 두 학생 측 부모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중재했다.
A 씨는 이 사건 이후 학교 측에 상담을 요청며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 (전화) 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에 A 씨에게 "전화번호를 얼른 바꾸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상담 내용도 A 씨가 학부모 민원에 대한 고충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학교 측의 상담 기록에 따르면 A 씨는 "학생과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자꾸 들으니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 상담을 요청했다.
이에 학교 측은 "A 씨 잘못이 아니며 학생의 상담 치료가 절실하다"고 답했다.
앞선 6월에도 A 씨는 다른 학생과 관련해 "학생이 이제는 학급에서 '금쪽이(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가 됐고, 상담을 받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다"면서 "학부모에게 연락했는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말하기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1학기에 A 씨가 재임한 서이초교에 제기한 학부모들의 민원 내용도 공개됐다.
박정하 의원(국민의힘)실이 입수한 '2023학년도 1학기 서이초 학부모 민원 내역'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 서이초교 교무실에 공식 접수된 민원은 11건이었다.
지난 4월 한 학부모는 '하교 시간 학교 앞 도로가 복잡함에도 솜사탕 파는 상인이 있어 학생 통행이 위험하다'고 신고해 이후 교감과 보안관이 학생들 하교 때 교문 통행 지도를 했다.
그런데 8일 뒤 또 다른 학부모는 '보안관이 후문 앞 도로의 차량을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교육청에 신고해 학교에 통보됐다. 이 학부모는 차량을 통제하는 보안관에게 '욕을 했다'고도 보고됐다.
담임 교사의 지도 방식을 지속 평가하는 민원 내용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학교 측에 '담임 교사의 생활지도와 교과지도, 수행평가에 대한 3가지 문제점을 말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후 교감이 이 담임 교사와 면담을 한 뒤 '시정할 것을 약속받았다'고 돼있다.
하지만 이 학부모는 나흘 뒤에 '문제점' 개수를 더 늘려 6개 문제가 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후 교감은 다시 이 담임 교사를 면담했다.
한편 경찰과 교육 당국은 A 씨의 학교 상담 내역에 따라 A 씨가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고 보고 학교 관계자와 해당 학부모들을 상대로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