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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속담 순례-소] '검은 풀 먹이면 소 죽는다'(3)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8.11 01:57 | 최종 수정 2023.09.16 14:39 의견 0

'검은 풀을 먹이면 소 죽는다'는 속담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속담입니다.

'검은 풀'이 어떤 풀인 지가 먼저 해결돼야 합니다. 검은 풀이란 풀의 색이 검다는 말인데 먼저 '썩은 풀'인지 '색이 진한 풀'인지 헷갈립니다.

전북 정읍의 다움농장에서 방목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먼저 썩은 풀로 보는 입장입니다.

'검은 풀을 먹이면 소 죽는다'는 이 속담은 옛날에 나왔습니다.

검은 풀이란 건강한 풀이 많은 여름이 아닌, 풀을 베어 겨울철에 먹이기 위해 외양간과 곳간에 쌓아놓은 풀 가운데 썩은 풀입니다. 풀을 많이 먹으면 소의 몸 안에 질소가 쌓이고 썩은, 검은 풀엔 곰팡이가 핍니다. 여러 가지로 소에겐 병인입니다.

소는 하루에 50~60kg을 먹는데 질산염 증독 증상을 보일 만큼 썩은 풀을 먹긴 힘들지만 속담이란 경구적인 뜻을 담기에 설득력이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한우연구소의 연구원에 말에 따르면, 소가 질소 성분(요소 포함)이 많은 풀을 먹으면 질산염이 몸에 축적되고, 대사가 잘 안 되고 몸 안에 산소가 부족해져 중독 증상과 설사가 발생하기 쉽다고 합니다.

즉, 소의 몸에 질산염이 많이 쌓여 소화를 다 못하면 일부가 혈액으로 녹아드는데 질산을 많이 먹으면 산소가 부족해 호흡 곤란 등의 병치레를 하고 죽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임도 옆에 난 풀. 의령군 제공

다음은 농촌진흥청 한우연구소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소는 사람처럼 위산으로 소화를 시키지 않고, 위 속에 사는 혐기성미생물(嫌氣性微生物·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자라는 미생물)로 소화를 시킵니다. 혐기성미생물은 산소가 없어야 살고 활동을 합니다.

달리 말하면 소의 위 속에는 소화액, 즉 유산균이 없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소화를 다 못 시키면 반추(反芻·되새김)를 하는 것이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후 풀이나 사료는 분해돼 위의 흡수기관인 천엽에서 흡수한 뒤 간으로 가 영양분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질산염이 유입 되면 미생물이 이를 소화를 시키고, 양이 많으면 질소 성분이 피 속으로 녹아듭니다.

다시 말해 풀(특히 색이 진한 풀)을 많이 먹으면 질소가 더 쌓이고 소화를 다 못하면 혈액으로 가고, 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산소가 부족해 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보인다는 것이지요.

■참고용

질산염은 금속의 산화물이나 탄산염을 질산에 녹여 만든 화합물입니다.

질산염은 시금치, 상추, 셀러리 등 푸른 잎 채소에 많이 함유돼 있는데 혈전(피의 응고)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질소는 모든 식물이 자라는 데 가장 중요한 단백질의 요소가 됩니다. 곡식 낱알 속에 단백질의 양을 높여줍니다. 질소 성분은 토양 중 가장 부족하기 쉬운 양분이기 때문에 비료를 통해 공급해 줘야 합니다.

특히 질소비료는 잎의 생장을 도와 작물의 생장 초기에 줍니다. 토양에 질소가 부족하면 식물의 잎이 누렇게 변해 말라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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