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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침몰시킨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이겨 행복하지만 처참하고 힘들다"

천진영 기자 승인 2024.04.26 11:57 | 최종 수정 2024.04.26 12:12 의견 0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한국을 꺾고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4강에 오른 신태용 인도네시아(인니) 감독은 “한국에 이겨 매우 기쁘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처참하고 힘들다”며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신태용의 인니는 26일(한국 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한국과의 8강전에서 연장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1-10로 승리해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10년 연속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고, 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것은 40년 만이다. 한국은 FIFA 랭킹 23위, 인니는 134위다.

황선홍 한국대표팀 감독과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이 지난 24일(현지 시간)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을 앞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이날 승리로 인니는 1956년 호주 멜버른올림픽 이후 68년 만의 올림픽 본선행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대회는 2024 파리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겸하고 있어 파리행 티켓 3.5장이 걸려 있다. 이 경기에서 져도 아프리카 기니 전에서 이기면 올림픽에 나간다.

경기 후 신 감독은 “기쁘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처참하고 힘들다”고 했다. 이어 “나는 인니 대표팀을 맡고 있다. 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밤잠을 설치고 응원해 준 인니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의 비결에 대해서는 “4년을 동고동락하면서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 동기부여만 해준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었다”며 “선수들에게 믿고 따라오라며 계속 자신감을 심어줬던 게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인니는 오는 29일 오후 11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의 승자를 상대로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노린다.

신 감독은 6년 전인 2018 러시아월드컵 때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2연패했지만 3차전에서 직전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이자 우승 후보였던 독일을 무너뜨렸다. 독일은 멕시코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0-1로 패해 1승 1패로 한국을 이겨야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김영권(울산), 손흥민(토트넘)의 연속 골로 독일을 2-0으로 꺾어 축구 팬들은 경기가 열린 도시의 이름을 붙여 '카잔의 기적'으로 부르고 있다.

신 감독은 2020년부터 인니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맞아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컵 준우승, 2023년 AFC U-20 아시안컵 16강 진출 등 성과를 냈다.

한편 한국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에릭 토히르 인니축구협회장은 신 감독과의 계약을 2027년까지 연장하겠다고 구두약속을 했다.

신 감독은 “인니 축구는 계속 발전하고, 어느 팀과 붙어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켜보면 인니 축구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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