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9시 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방콕발 여객기가 착륙 도중에 외벽과 충돌해 구조된 승무원 2명 외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여객기는 제주항공 B737-800이다. 이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객은 한국인 173명, 태국인 2명이다.
이 시간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객기가 조류 충돌로 착륙을 하지 못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사고 상황
사고 여객기는 무안공항 1번 활주로에 접근한 뒤 1차 착륙을 시도했지만 정상 착륙이 불가능해 다시 복행(Go Around)해 착륙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
비상 상황에 '동체착륙'을 시도했으나 활주로 끝단에 이를 때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를 지나 공항 구조물과 부딪친 뒤 동체가 파손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여객기 동체는 불에 타는 등 반파됐다.
동체착륙을 시도한 이유는 랜딩기어가 고장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랜딩기어 고장의 원인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현장 목격담
새 떼와 충돌한 뒤 엔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였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사고 당시 무안공항 인근 바닷가에서 낚시 중이던 한 목격자는 "사고 여객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려고 하강하던 중 반대편에서 날아온 새 무리와 정면으로 충돌했다"며 "일부 새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간 듯 2∼3차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쪽 엔진에서 불길이 보였다"고 증언했다.
이 목격자는 "이후 여객기가 저공비행으로 선회해 애초 착륙하려던 방향의 반대편에서 다시 착륙을 시도했다"며 "착륙 과정에서 여객기가 머리 위를 지나갔는데 맨눈으로 봤을 때 랜딩기어(바퀴)는 내려와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안타까운 모습들
사고 여객기 탑승객 가족들은 사고 소식 후 현장에 나와 안타깝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공항 진입은 통제된 상황이고 곳곳에서 가족들과 경비인력 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무안공항에서 여객기에 탑승한 가족을 기다리던 A 씨는 "가족으로부터 항공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끝으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탑승객은 오전 9시쯤 지인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을 못하는 중"이라고 연락을 남겼다. "언제부터 그랬느냐"는 물음에 1분 뒤 "방금, 유언 해야 하냐"고 마지막 문자를 보내며 안타까워 했다.
한 사고 가족은 "아내와 처제가 어제 출발 두 시간 전 사고 비행기에 탑승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연락이 안된다"며 애를 태웠다.
또 다른 가족은 "나이 드신 어머니와 이모 5명이 3박5일 방콕 여행을 마치고 오늘 오전 8시 50분쯤 도착한다고 해 모셔가기 위해 공항으로 마중 나왔는데 아무런 말도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사고 현장
소방 당국은 32대, 80명의 소방력을 출동시켜 오전 9시 46분쯤 화재를 초기 진화를 했다.
오전 11시 30분 현재 탑승객 중 47명이 사망했다. 남녀 승무원 2명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사망자 임시안치소도 현장에 설치됐다.
경찰청은 무안공항 비행기 충돌 사고가 발생한 무안 지역에 갑호 비상을 내리고 긴급 대응에 착수했다. 갑호비상이란 경비 비상 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다.
경찰관들은 연가가 중지되고 가용경력 100%가 동원된다. 지휘관·참모는 사무실이나 현장을 지켜야 한다.
제주항공은 이날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내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이번 사고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탑승자 가족 문의와 홍보센터 등 연락처도 함께 기재했다. 탑승자 가족은 예약번호와 탑승 일자, 성함 등을 기재하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