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저비용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뉴욕 증시가 폭락했다. 특히 ‘AI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17% 가까이 폭락해 시가총액 약 6000억 달러(약 863조 원)를 날려보냈다.

딥시크는 지난 20일 AI 모델인 '딥시크 R1'을 공개하면서 미국 AI 업체들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두 달 만에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고성능 칩을 사용하지 않고 저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27일(미국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12.47포인트(3.07%) 급락한 1만 9341.8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88.96포인트(1.46%) 내린 6012.28에 마감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도 하락했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로고

다만 기술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9.33(0.65%) 오른 4만4713.58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투자금이 경기순환주로 이동한 데다 채권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호재로 작용했다.

AI 칩 선도 공급 업체이자 주도주인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보다 16.97% 폭락했다. 시총이 5890억 달러(846조 6875억 원)나 증발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이는 시총 기준으로 미국 증시 역사상 단일 주식이 하루에 가장 많이 잃은 사례다. 3년 전 메타의 2400억 달러를 두 배나 넘는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12.5%), 마블테크놀로지 19.1%, 브로드컴 17.4%, 오라클 13.8%, 마이크론테크놀로지 11.71% 등 또 다른 AI 수혜주들도 두 자리 수로 급락했다. 반도체 제조사 TSMC(13.33%)와 ASML(5.75%)도 큰 영향을 받았다.

반면 그동안 AI 투자에 소극적이었다는 애플은 AI 3.2% 상승했다.

‘딥시크’의 발표는 비기술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GE버노바는 각각 21% 급락했고, 발전기에 사용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5.9% 하락했다.

그동안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AI 데이터센터 구동에 엄청난 전력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강세를 유지했다.

딥시크의 AI 모델인 'R1'은 고성능 칩을 사용하지 않고 저비용으로 만들었지만 챗GPT에 필적하는 생성형 AI 모델이란 평을 듣고 있다.

충격을 더 준 것은 딥시크의 연구 인력이 139명뿐이라는 점이다.

이들 연구진이 미국의 제재로 사용 금지된 엔비디아의 고사양 AI 반도체 대신 저가형을 사용하면서 미국의 20분의 1 비용으로 미국 오픈AI의 챗GPT 못지않은 성능의 모델을 개발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딥시크 R1가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며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는 반응이다.

스푸트니크 모멘트는 기술 우위를 자신하던 국가가 후발 주자의 앞선 기술에 충격을 받는 순간을 가리키는 용어다. 1957년 옛 소련이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미국보다 먼저 발사한 것에서 유래됐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인 마크 앤드리슨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딥시크 R1은 내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다. 딥시크 R1은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평가했다.

AI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성능도 인상적이지만 저가 개발비에 더 놀라워 하고 있다.

딥시크는 ‘딥시크-V3′ 모델에 투입된 개발비는 557만 6000달러(약 79억 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메타가 최신 AI 모델 ‘라마3′ 모델에 쓴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딥시크 AI 모델 훈련에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칩이 쓰여 미국을 속 쓰리게 했다.

미국은 중국 견제로 고성능 AI칩만 수출 제한을 하고 있다.

뉴욕 증권가에서는 딥시크가 개발한 저비용 AI 모델이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AI 관련 과잉투자 우려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CNN 방송은 "잘 알려지지 않은 AI 스타트업의 놀라운 성과는 미국이 지난 수년 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성능 AI 칩의 중국 공급을 제한해 왔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