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과 경기권에 '러브버그'가 창궐한 가운데 "러브버그의 천적 생기고 있고, 머지 않아 자연 자정으로 개체수가 조절될 것"이란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국립생물자연관 박선재 연구원은 지난 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최근 현장 조사 결과 참새, 까치와 같은 조류와 거미, 사마귀 등 곤충류가 러브버그를 포식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연구원은 "해외에서 새로운 생물이 유입되면 기존 생물이 이를 먹이로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처음에는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폭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조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연관 박선재 연구원

박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도 과거 러브버그의 급증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몇 년 후 개체 수가 급감하며 자취를 감추었다.

러브버그는 7월 중순쯤이면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몇 년간의 발생 현황을 분석해 보니 러브버그 출몰은 보통 6월 중순에 시작돼 일주일 가량 사는데, 장마가 사그라들 때쯤 개체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며 "7월 중순이면 거의 대부분의 개체가 사라질 걸로 판단한다"고 했다.

러브버그가 교접한 상태에서 날고 있는 모습. 이상 국립생물자연관

아파트 외벽에 붙어 있는 러브버그 모습

아파트 외벽에 붙어 있는 러브버그 모습. 한 마리가 날려고 날개를 펴고 있다.

박 연구원은 '비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비행 능력이 없어서 비가 많이 오면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풀숲 같은 곳에 숨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비가 안 올 때 한꺼번에 다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인천 계양산에 나타난 러브버그 모습. 인스타그램 kimlark34

지난달 28일 인천 계양산 정상 등산로에 러브버그 사체들이 쌓여 바닥이 보이지 앟는다. 블로그(oligoenergy) 캡처

러브버그의 공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다. 학명은 플레시아 롱기포셉스(Plecia longiforceps)이며, 암수 한 쌍이 교접한 형태로 함께 붙어다니는 독특한 모습으로 인해 러브버그 이름이 붙었다.

러브버그는 지난 2015년 인천에서 처음 발견된 뒤 2022년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에서 대량 발생했다. 지금은 서울 등 수도권으로 확산된 상태다.

러브버그가 지난 2023년 6월 28일 북한산 백운대 바위와 난간에 달라붙어 있다. 29~30도의 고온 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러브버그가 짝짓기를 하기 위해 산 정상으로 몰려든 것으로 추정됐다. 국립공원공단

국립생물자연관이 중국과 대만, 일본 등지에 있는 러브버그 표본을 확보해 유전자를 분석해 본 결과 우리나라에 등장한 러브버그는 중국 산둥반도 칭다오 지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 연구원은 "중국과의 물류 교역 과정에서 러브버그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