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로 습한 무더위가 본격화 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에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규모로 나타나 퇴치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털파리로 보이는 러브버그는 얼핏보면 검은색으로 건물 외벽 등에 덕지덕지 붙어있어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아 혐오감을 주지만 해충(害蟲)이 아닌 익충(益蟲)이다. 붉은등우단털파리란 등과 가슴에 붉은 색 우단(羽緞·겉에 짧은 털을 촘촘히 돋게 짠 비단)과 같은 털이 난 파리란 뜻이다.
꼬리 부분이 교접을 하기 위해 붙어 있는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짝짓기를 한 뒤에도 며칠간 붙어 날아다녀 러브버그(lovebug·사랑하는 벌레)로 불린다. 수컷의 생식기가 집게처럼 생겨 암컷을 붙잡고 있다. 따라서 수컷이 죽지 않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이는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방편이 된다.
서울 도심에 나타난 일명 '러브버그'인 붉은등우단털파리. 등 쪽이 븕은색을 띤다. 두 마리가 교접 중인 모습이다.
29일 수도권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와 구청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많은 아파트에서 건물 외벽과 방충망에 더덕더덕 붙어 있는 러브버그를 퇴치해 달라는 민원이 관리사무소나 구청에 폭주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378건, 2023년 4418건에서 지난해 7월 기준 9296건으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올해는 지난 9일부터 24일까지 1589건 접수됐다.
서울 강서구의 한 주민은 지난 26일 "최근 1주일 새 아파트 현관문 앞 건물 외벽에 수 십 마리가 붙어 있어 관리사무소에 방충을 요구했더니 유해 벌레가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가면 벌레가 날아와 팔과 얼굴에도 달라붙어 깜짝깜짝 놀란다"고 덧붙였다.
일명 '러브버그'들이 아파트 외벽에 붙어 있다.
교접 중인 러브버그 중 한 마리가 날려고 날개를 펼치려는 모습
러브버그는 계절성 벌레로 우리나라에선 보통 고온다습한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많이 발견된다. 올해는 이른 더위로 6월 중순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러브버그는 중국 동남부, 일본 오키나와 등 열대 지역에 주로 서식하던 벌레인데, 2015년 인천에서 먼저 목격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마다 여름철이면 대량 발견되고 있다.
곤충 과학 웹툰 작가인 김도윤(필명 갈로아) 씨는 지난해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 세상의 모든 지식'에 출연해 "인천항을 통해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며 "여름철 기후 변화로 우리나라에도 러브버그가 생존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진단했다. 또 "외래종이 처음 유입되었을 때 천적이나 경쟁자가 없어 급격히 번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충은 천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와 개구리(두꺼비 포함), 다른 곤충들도 잡아먹기를 꺼리는데, 이유는 지니고 있는 '산' 때문이다. 러브버그는 신맛이 강하고 껍질이 단단한 편이다.
수컷은 3~4일, 암컷은 1주일 정도 산다. 암컷은 한 번에 200~300개의 알을 낳지만 알의 생존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규모로 나타난 뒤 2주 정도 지나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다.
교접한 채 하얀 시멘트 벽에 붙어 있는 러브버그. 사이렌스 제공
이슬이나 꽃의 꿀을 먹고 사는 러브버그는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 않고 토양을 정화해 비옥하게 만드는 유익충이다. 러브버그 애벌레는 낙엽을 먹고 자라 자연 분해 과정을 돕는다. 또 꽃의 수분을 돕고 어류·새·곤충의 먹이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러브버그는 여름이면 동양하루살이와 함께 개체 수가 급증해 생활 환경에 영향을 주는 돌발곤충, 생활불쾌곤충으로 분류된다.
각 지자체는 이런 이유로 민원이 들어와도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살수(물뿌림) 등 친환경적인 방식의 방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러브버그가 불쾌감을 주지만 인체에 무해하고 진드기 등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인 점을 감안해 ‘친환경 방제’에 나서고 있다.
은평구는 러브버그의 근원지인 봉산과 백련산 일대에 광원·유인제 포집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마포구는 살충제 대신 살수 방식으로 대응한다.
영동대교 한강 수면 위에는 부유식 트랩을 운영 중이다.
러브버그는 아파트의 하얀색 외벽처럼 밝은 색을 좋아해 야외 활동 땐 어두운색 옷을 입으면 러브버그를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러브버그는 날개가 약해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벽이나 방충망에 물을 뿌리면 없앨 수 있다.
한편 최근 몇년 새 러브버그와 비슷한 검털파리도 전국에서 발견되고 있다. 유해하지 않다.
검털파리는 외형이 러브버그와 비슷하고 암수 짝짓기 때 서로 붙어 있는 특징이 있다. 러브버그가 빨간 등과 가슴을 가진 반면 검털파리는 몸 전체가 검은색이다.
다음 사진은 이 기사를 올린 이후, SNS 등에 올라온 인천 계양구 계양산 산책길에 쌓인 러브버그 현장 모습이다.
인천 계양산을 공습한 러브버그의 모습. 대부분 사체인데 살아있는 러브버그도 섞여 산책길에 쌓여 두꺼운 아스팔트를 깔아놓은 것 같다. SNS
※이 기사는 중부 지방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부울경에도 곧 일어날 가능성이 커 화제성으로 싣습니다. 서울 아파트에 사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건물 벽에 새카맣게 붙어 혐오스럽다고 합니다. 서울의 자매지인 '사이렌스'의 기사를 원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