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31년 만에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한다.

MBC는 15일 기존 기항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기상기후 전문가는 전문적인 기상·기후 정보를 취재하고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가 숨지기 전 서울 광화문에서 날씨를 안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MBC는 1994년부터 날씨 예보를 프리랜스로 여성 기상캐스터에게 맡겨왔다.

그전에는 방송사 기상 보도 업무는 주로 정규직 남성 기자, 특히 기상 관측 업무를 담당하던 학사 장교 출신들의 영역으로 인식됐다.

MBC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기후 전문가를 뽑기 위한 일반 공개 채용을 진행한다.

기상·기후·환경 관련 전공자 또는 자격증 소지자, 관련 업계 5년 이상 경력자가 지원할 수 있다.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도 지원할 수 있다.

고인은 MBC에서 근무 중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다가 지난해 9월 세상을 등졌다.

오 씨의 유족들도 MBC의 기상캐스터 제도 변경에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유족들은 이날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엔딩크레딧’이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앞에서 연 오씨의 추모 문화제에서 “MBC의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짓밟는 행위”라며 “고인의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기상캐스터들이 공채 경쟁에서 떨어지면 해고당하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MBC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민사소송 당사자 간 동의가 이뤄지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