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 시각)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일본 스스무 기타가와 교토대 교수, 영국 출신이자 호주 멜버른 대학교 교수인 리처드 롭슨, 요르단 암만 출신의 미국UC버클리 교수인 오마르 M. 야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과학자는 ‘금속 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s·MOF)’라는 새로운 분자 구조를 만들었다.
왼쪽부터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기타가와 스스무(일본), 리처드 롭슨(호주),오마르 M. 야기(미국) 박사. 노벨위원회
기타가와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 박사의 물리학상 수상 이후 31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금속 유기 골격체는 금속 원자(이온)를 기둥처럼 세우고, 그 사이를 유기 분자로 연결해 만든 결정 구조다. 이 구조 안엔 수많은 미세 구멍이 만들어져 공기 중의 가스나 화학물질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MOF를 활용하면 사막의 공기에서 물을 모으거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구 온난화를 줄일 수 있다. 떠 유해가스를 저장해 없애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특정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노벨위는 리처드 롭슨 교수가 지난 1989년 처음으로 이 MOF 구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금속과 분자를 엮어 다이아몬드처럼 구멍이 많은 구조를 만들었지만 구조가 너무 약해 오래 가진 못했다.
이후 기타가와 교수가 이 구조 안으로 기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이 구조가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예측했다.
이어 오마르 야기 교수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MOF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분자 설계를 조절해 물을 저장하거나 가스를 흡착하는 등 특정 기능을 내세운 맞춤 설계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노벨위는 “이후 세계 화학자들은 수만 종의 MOF를 만들었고, 그중 일부는 탄소 포집, 물 부족 해결, 환경 정화 등 인류의 큰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인다”고 밝혔다.
노벨 화학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매년 화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 업적이나 발견을 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1901년부터 올해까지 200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수상자들은 상금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6억 원)를 3분의 1씩 나눠 갖는다.
앞서 일본은 지난 6일 발표된 생리의학상 수상자에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 석좌 교수가 포함됐다.
이로써 일본의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6명으로 늘었다.
또 물리학·화학·생리의학 등 자연과학 분야의 수상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한편 화학상과 생리의학상에 앞서 7일 발표된 202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에는 영국 출생 존 클락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명예교수, 프랑스 출생의 미셸 드보레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 존 마티니스미국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이들 수상자는 전기 회로 실험을 통해 양자역학 현상인 양자 터널링을 파악했다.
물리학상에는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가 받았다. Nobel Prize Outreach 제공
수상자들은 1984년과 1985년에 특정 조건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체 회로를 활용해 실험을 수행했다.
두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층을 삽입한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 구조'를 구현하고 '쿠퍼 쌍(Cooper pairs)'이라는 전자쌍이 절연층을 뛰어넘는 양자 터널링 현상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