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지난해 1월, 50명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대부분 농가도 기업과 같은 법적 책임을 진다.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지원체계가 전혀 마련되지 않아 사각 지대로 남아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이 농촌진흥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시적으로 상시근로자 5명을 초과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는 농가가 약 31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천호 의원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국회방송

농업 현장은 기상 환경, 계절적 고용, 농기계 사용 등으로 인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농업의 재해율은 전체 산업 평균보다 1.2배 높은 0.76%, 산재 사망률은 일반 근로자보다 3배 이상(2.9%)이다.

따라서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법 적용이 농업인들에게 불안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농진청은 '농어업인안전보험법'에 따라 재해 예방 연구 및 기술개발, 교육, 전문인력 양성, 안전정보시스템 구축 등 법정 책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장 적용 가능한 교육과 컨설팅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농진청이 시행하는 농업인 대상 중대재해처벌법 교육 내용은 법 개요 수준의 형식적 프로그램에 머물러 실질적 예방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다.

농작업 안전관리자를 두고 있는 시군은 전국의 12.8%(20개 시군)에 그치며, 이마저도 시군당 2명에 불과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농작업 중대재해 위험저감’과 ‘농기계 사고제로 안전마을 조성’사업 예산도 확보되지 않았다.

서천호 의원실 제공

이 같은 상황에서 농작업 현장에서는 법이 ‘재해 예방’이 아니라 ‘처벌만 남은 법’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천호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농가만 31만 호에 이르지만, 농진청은 교육·인력·예산 모든 부분에서 준비가 미흡하다”며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는 농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뿐 행정적 처벌 강화가 아니라 교육과 지원 중심의 실질적 예방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