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60년에 그린 불화 '진주 독성도(獨聖圖)'가 지난달 22일 오스트리아에서 경남 진주성 내에 있는 호국사로 환수됐다.
독성도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수행자인 나반존자(那畔尊者)를 그린 불화다. 나반존자는 독성각(獨聖覺) 사찰에서 스승 없이 홀로 깨친 독각(獨覺) 성자다.
대한불교조계종과 조계종 제12교구 호국사 주지 학암스님은 21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를 갖고 "독성도를 지난 9월 11일 오스트리아 경매에서 낙찰 받아 지난달 22일 진주 호국사로 이운했다"고 밝혔다
진주성에 있는 호국사에 봉안된 '진주 독성도(獨聖圖)'
환수된 독성도는 제작 시기나 화가 등의 정보가 있늩 화기 하단이 잘려 최초 봉안 사찰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진주', '대법당', '진주성', '진주내' 등의 글자를 미루어볼 때 진주성 내에 있는 호국사와 관계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 독성도는 1860년(함풍 10년)으로 기재돼 있어 그린 시기도 이 때인 것으로 파악된다.
조계종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으로부터 받은 국외 한국문화유산 경매 모니터링 자료에서 이 독성도를 발견하고 호국사와 협의해 경매에 참여했다.
학암 주지 스님은 "'진주 독성도'는 오래 전 작품이지만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해인사에서 활동한 스님들의 활약상을 파악할 수 있다"며 "진주성과 진주 호국사와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시도 지정 문화유산급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불교 신도 등이 호국사로 환수된 '진주 독성도(獨聖圖)' 앞에서 환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상 호국사
기자회견장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성원스님, 진주 호국사 주지 학암스님, 진주 사암연합회 회장 불암스님, 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 문화유산팀 최현정 행정관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사전에 언론에 보낸 호국사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1.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제12교구 진주 호국사(주지 학암스님)는 국외로 유출되어 오스트리아 경매에 출품된 진주 <독성도(獨聖圖)>를 환수하였습니다.
2. 화기(畵記) 하단이 잘려 봉안 사찰을 알 수 없었으나 “진주(晉州)” “대법당(大法堂)” “진주성(晉州城)” 등의 글자가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종단은 진주성 안에 위치한 진주 호국사와 관련이 깊을 것으로 추정되어 호국사와 협의 후 경매에 응찰하였으며, 그 결과 지난 9월 11일 오스트리아 경매에서 <독성도>를 낙찰받아 10월 22일 진주 호국사로 이운을 완료하였습니다.
3. 진주 <독성도>는 초대 주한 프랑스대사(1959-1969)를 지냈던 로제 샹바르(Roger Chambard)의 소장품으로, 로제 샹바르는 고고학자이자 언어학자 출신으로 한국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며 한국 문화에 대하여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샹바르 대사는 한국 문화, 특히 불교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 <독성도>를 수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4. 이번에 환수한 <독성도>는 소나무 아래 불자(拂子)를 쥐고 앉아 있는 나반존자가 그려져 있습니다. 화기가 온전하지 않지만 금어는 성규(性奎) 스님 혹은 성관(性寬) 스님, 보조화승은 행전(幸佺) 스님으로 판단되며, 증명은 활해삼소(濶海三昭) 스님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성규, 성관, 전 스님은 활해삼소 스님을 증사로 모시고 해인사 대적광전 <124위 신중도>(1862)와 해인 사 법보전 <비로자나불도>(1873)를 제작하였습니다. 따라서 1860년에 조성된 <독성도> 역시 해인사를 기반으로 진주 등 경남 일대에서 영향력이 컸던 고승 활해삼소를 모시고 성규 혹은 성관 스님이 제작한 독성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5. 독성도는 현재 국내에 약 300여 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1812년 제작된 영주 안양원의 <독성도>가 전하지만 20세기의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진주 <독성도>는 1860년에 조성된 손에 꼽을 수 있는 이른 시기의 독성도로 매우 드문 예입니다. 이번에 환수한 <독성도>는 봉안 사찰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지만, 화기의 “진주성(晉州城)” “晉州城(內)”이라는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진주성 안에 있었던 호국사에 모셔졌던 독성도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호국사는 고려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성 안에 있는 절’이라는 의미에서 ‘내성사(內城寺)’라 고 불렸습니다.
6. 이번에 환수한 진주 <독성도>는 이른 시기의 독성도로 보존상태가 양호합니다. 해인사에서 활동한 스님들의 넓은 활약상을 파악할 수 있으며, 진주성과 진주 호국사와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시도지정 문화유산급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7. 이번 진주 <독성도> 환수와 관련하여 총무원 문화부장 성원스님은 “도난 성보에 대한 종단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갈 것이며, 도난 및 유출 성보들이 환지본처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며, 진주 호국사 주지 학암 스님은 “해외를 떠돌던 성보를 환수하여 매우 기쁘며, 앞으로 호국사에 여법하게 모실 것”이라며, “환수한 <독성도>를 여법하게 모시기 위해 2026년 1월부터 천일기도를 봉행하여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