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우리 사회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사고와 사건을 이야기식으로 재구성해 소개합니다. 단순한 사고와 사건이어도, 지역이 다를지라도 여러 사람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안은 '사회 현상'을 가미해 재구성해 내겠습니다. 이 코너에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지난 10월 부산에서 경련 증세를 보인 고등학생이 응급실을 찾지 못한 채 119구급차량 안에서 숨졌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구급대와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이 고등학생을 싣고 차량에 14차례나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물었으나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15번째 접촉한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수용됐으나 결국 숨을 거두었습니다. 사고 발생 신고 후 물려 1시간 20분이나 흘렀습니다.
이 긴 시간에 가족과 구급대원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초조하고 그리고 허망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살릴 수도 있었던 소중한 목숨을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잃었다는 상식의 울분이기도 합니다.
110구급대의 전화를 받은 병원들은 ‘소아 진료 불가’ 등을 이유로 거부했고, 일부 병원은 심정지 후에도 “소아 심정지 불가”를 이유로 댔다고 합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9구급대와 부산소방본부에서 받은 자료를 기본으로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을까 따라가 봅니다. 병원에선 이 거부가 제도와 법률상, 더해 관례상 상식이라고 반문할 지 모르지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독자분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법과 관례가 그렇다면 바꿔야 하겠습니다.
이 사고는 지난 10월 20일 오전 6시 17분쯤 부산의 한 고교에서 남학생이 쓰러진 채 경련 중이고 호흡은 있다는 교사의 신고가 119에 접수됐습니다.
119구급대는 신고 접수 16분 만인 오전 6시 33분쯤 현장에 도착했고, 학생은 의식이 혼미하고 경련으로 몸부림이 심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구급대는 중증도 분류 기준(Pre-KTAS)에 따라 환자를 5단계 중 2번째인 레벨2(긴급)로 분류하고, 지침에 따라 경련 환자 응급처치가 가능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위주로 유선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전 6시 44분 해운대백병원, 오전 6시 49분 동아대병원, 오전 6시 50분 양산부산대병원, 오전 7시 부산백병원과 부산대병원에 환자 수용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 병원은 “소아 중환 수용 불가”, “소아 신경과 진료 불가”, “확인 후 회신”이라는 이유를 대며 환자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 당학생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지만 다수의 병원은 ‘소아 환자’ 기준으로 분류해 수용을 거절한 것입니다. 법규의 맹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구급대는 경련이 지속하는 환자를 응급처치하면서 "병원을 알아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부산소방 구급관리상황센터에 병원 선정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구급대는 “대원 3명이(환자에게) 다 붙어 있다. ○○병원 (환자 수용) 안되고, △△ 병원 안되고, □□ 병원은 소아과 진료가 안된다면서 안 받아 주고 있다. 진료 가능한 병원 좀 찾아봐 달라. 손이 모자란다”라며 요청했습니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타 시도 병원이라도 알아보겠다”고 답했습니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창원한마음병원, 해운대백병원,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백병원, 동의병원, 고신대학병원, 창원삼성병원 등에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했지만 모두 거부했습니다.
시간은 흘렀고 오전 7시 25분 학생의 의식이 저하되다가 심정지 상태가 발생하자 구급대는 환자 중증도 분류를 레벨1(소생)로 상향했습니다.
이후 수보대(119 신고접수대)가 오전 7시 27분 부산의료원에 연락했지만 “소아 심정지 불가”라며 환자 수용을 거절했습니다.
구급대는 오전 7시 30분 15번째로 접촉한 대동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고, 환자는 신고 접수 1시간 18분 만인 오전 7시 35분에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환자는 고교 3학년인데도 대부분 병원에서 ‘소아 환자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을 거절했습니다. 숨진 학생이 몇 살인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소방 측은 “배후 진료(응급처치 후속 진료)와 관계 없이 응급실에 갔다면 생존 가능성이 높았을지에 대해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레벨2(긴급) 환자의 경우 의료기관에 보다 신속히 이송돼 응급진료와 적정 치료를 받는 것이 예후에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 의원은 “응급환자가 제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일은 더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국회와 소방, 복지부, 의료계가 현실적인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목숨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집니다. 국회와 의료계가 빨리 머리를 맞대 미흡하거나 잘못된 법규를 바로잡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