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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구 민심] 재난지원금 뒷얘기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2.12 17:56 | 최종 수정 2023.01.24 01:11 의견 0

경상도 사람들은 이야기를 '이바구'라고 합니다. 사투리입니다. 더경남뉴스는 취재 중에서 터져나오는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합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보고 느낀 점을 쓰는 '기자 수첩'보다 더 적나라 한 코너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저잣거리 민초의 목소리가 행정 서비스를 하는 공직에 더 따끔하게 와닿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영업시간이 밤 9시로 단축된 지난해 10월, 식당 안이 한산하다. 정기홍 기자

정기홍 편집인 겸 기자가 전합니다. 1탄입니다.

지난 11일 기자가 경남 진주에 사는 60대 심 모(62·여) 씨와 일상의 얘기를 주고 받던 중에 때마침 TV에서는 '코로나 지원금' 뉴스가 나왔습니다. 그가 지나치듯 말문을 열었습니다.

"많은 식당들이 밤 장사 안 합니더. 오전엔 늦게 열고, 오후 7시 되면 문을 닫습니더"

기자가 이어 물었지예. "와요? 손님이 없어서예?"

"아니 예". 심 씨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문 열어봤자 종일 손님 몇명 받는데, 지원금 몇백만원 받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지예"

코로나 시국에 식당 문을 종일 열어 놓아도 띄엄띄엄 오는, 그것도 술 한잔 하지 않는 혼밥 손님을 받아도 품만 들지 남는 게 없다는 말입니다.

기자의 예상은 보기 좋게 어긋났습니다.

정부는 코로나 발생 이후 2년 간 팍팍해진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돕는다며 돈(지원금)을 몇차례 풀었습니다. 대부분의 일반 식당은 최고 300만원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난해보다 수익이 떨어진 경우에만 주는 게 원칙입니다.

2년을 넘기고 있는 코로나 시국에, 골목길 작은 식당들은 문 열고 장사하는 것보다 지원금을 받고 사는 것이 속 편하고, 수익도 더 낫다고 합니다. 참말로 피하고 싶은 풍경입니다.

심 씨의 말은 더 이어집니다.

"식당 문 닫고, 등산복 입고 산을 찾거나 가까운 곳에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아예" "음식 장만해서 문 열고 있어도 손님이 뜸해 천불이 나지예. 이참에 건강도 챙기고, 일하느라 못한 구경도 하고 그런답니더"

"아하, 코로나 시국이 만든 그림자들이 한 두개가 아니구나".

고개를 주억이게 됩니다. 그렇지요. 식당업이란 게 일년 열두달 쉼 없이 열어야 하는, 여유를 찾기 힘든 직종이고 큰 어려움이 없다면 간간이 바람을 쐬는 것이 좋지요.

기자가 자주 다녔던 단골집 두곳의 사장들도 지난해 정부가 지원금을 풀 때마다 받았습니다. 한 집은 다양한 국밥을 파는 곳이라서 코로나가 극성을 부릴 때도 괜찮게 손님이 온 집입니다. 장사 수익도 코로나 이전보다 크게 덜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지원금이 입금된 날은 사장의 기분이 꽤 좋아보였습니다. 장사도 코로나 이전만큼 되고 지원금도 듬뿍 받으니 그렇습니다. 국세청 전산망에는 지난 번보다, 지난해 보다 매출이 준 것으로 나오니 말입니다.

자영업을 하는 지인들에 따르면, 지원금은 임대료를 내는 등 급한 용도로 쓰기도 바쁜답니다. 지난해에는 운영하기가 버거워 안타깝게도 자살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다만 정부가 지원금을 주면서 '선지급 후정산'을 했는데 얼마나 되돌려받았는지 일반인들로선 알 길은 없습니다. 모두 되돌려 받았겠지만 위의 두 자영업자의 경우는 적나라하게 대비됩니다.

넘어가겠습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은 지금 이구동성으로 수십조원을 만들어 자영업자분들께 손실보상금으로 지원하겠다고 공약을 합니다. 50조원 말도 나왔지요.

대선이 끝나고 나면 지급이 되겠지요. 식당 문을 닫지 않는 일상의 모습이 속히 왔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의 코로나 시책은 좀더 유연해져야 합니다. 이젠 델타 변이가 아닌 증상이 독감 수준인 오미크론 변이가 주력이 된 상황입니다. 풍토병으로 자리할 거란 말도 전문가 그룹에서 속속 나옵니다. 정부가 아직도 너무 '조자룡의 헌칼' 쓰듯 하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지만 반문을 해봅니다.

다시 '코로나 지원금 이야기'로 되돌립니다.

국민의 혈세인 지원금 지급을 지금의 '일괄 기준'에서 더 세분화 하면 안 될까요?

예들 들어 손해가 나면 300만원을 모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손해를 본 정도 따라 차등 지급을 하자'는 제언입니다.

심 씨와 만난 다음 날(12일),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을 운영 중인 배우 홍진경 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선거 후보에게 “정부가 그렇게 돈이 많아요?”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이 후보는 “돈이 많은 게 정부”라고 답했답니다. 전후의 말을 빼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코로나 시국에 시중에서는 코로나를 비껴가는 직종은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뿐이란 자조 말이 나돌았습니다. 거리두기 방역으로 손님들 발길이 떨어져 자영업자가 돌아서 훔치는 눈물 뒤에는 '등 따신' 분들이 적지 않다는 말입니다. 코로나 시국의 뒷 그늘이지요.

심 씨는 말했습니다. "돈이 썩어자빠지면 안 되지예". 이 말이 돈을 아껴쓰란 말 아니겠습니까? 이젠 강력한 방역만 고집하고 지원금을 막 퍼주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은 중단됐으면 합니다.

"그래도 우짜든지(어떻게든지) 마스크 잘 쓰고 대이고, 거리두기도 잘 합시더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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