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광장, '박정희광장' 됐다···홍준표 대구시장 "논란 있지만 해야 할 일"
역 광장에 5m 표지판 설치···박정희 동상도 세울 계획
시민단체 "정치인 광장 돼선 안 돼" 반대 기자회견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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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13:50 | 최종 수정 2024.08.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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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14일 대구의 대표 관문인 동대구역광장에서 동대구역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5m 높이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표지판은 높이 5m, 폭 0.8m 크기로 맨 윗부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졌고 그 아래에는 '박정희 광장'이란 문구가 박 전 대통령의 친필 서체로 적혔다. 시는 표지판을 설치하기 위해 25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였다.
시는 연말까지 이 광장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도 세울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남구 대명동에 건립 중인 대구대표도서관 앞에 박정희 공원을 조성하고 이곳에 박정희 동상을 설치한다.
시는 "박 전 대통령 관련 사업은 그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대구의 근대 3대 정신 중 하나가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이고,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는 사업이 없어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날 제막식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지금의 대구와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며 "산업화 정신을 바탕으로 대구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시민들께서 그 의미를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어 "역사의 인물에 대한 공과는 언제나 있는 법이기에 과만 들추지 말고 공도 우리가 기념해야 할 부분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이날 제막식 30분 전부터 표지판 설치 반대 기자회견을 하며 반발했다.
허소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전 세계 어느 공항이나 광장에도 큰 동상을 세운 예를 보지 못했다"며 "국제 문화도시의 핵심은 다양성인데 전 세계의 많은 관광객이 동대구역을 찾았을 때 거대한 박정희 동상을 보고 무엇을 느끼겠냐"고 말했다.
김동식 조국혁신당 대구시당 부위원장은 "홍 시장은 동대구역을 간이역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동대구역 광장은 정치인의 광장이 돼선 안 된다"며 "홍 시장은 박정희 광장에서 새마을 노래를 부르며 새마을 기차를 타고 과거를 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경찰청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 인력을 현장에 배치했으나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한편 홍 시장은 15일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14일)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는 표지판 제막식을 가졌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공과를 논할 때 과만 들춰 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공도 기릴 줄 아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전남 목포나 광주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동상과 공원, 기념관이 참 많다"고 했다.
"홍 시장은 대구의 '근대 3대 정신'을 언급하며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시장은 "대구의 근대 3대 정신은 구한말 국채보상운동으로 대표되는 구국 운동정신, 자유당 독재에 항거한 2·28 자유정신, 5000만 국민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준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이라며 "대한민국 산업화의 출발은 대구의 섬유산업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홍 시장은 박정희 공원 조성과 동상 건립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그는 "대구에는 국채보상운동, 2·28 자유정신을 기리는 조형물, 공원, 기념관은 많이 있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는 흔적은 전혀 없다"며 "이번에 시의회 조례도 만들고 그 조례에 따라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만들고 연말에는 그곳에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도 세울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남구에 박정희 공원도 만들고 그곳에도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