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부·울·경 곳곳의 문중을 찾아 크고 작은 소식을 전합니다. 역사의 켜를 지니고 있는 문화재와 집안 전통문화를 찾아 그 흔적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짚어보고, 이를 지켜오는 후세들의 소식도 소개합니다. 많은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경남 진주시 수곡면 사곡리 송정 하수일 문중과 회봉 하겸진 문중이 문중에서 소장해 온 고문헌 2500여 점을 경상국립대(GNU) 고문헌도서관에 기증했다.
경상국립대는 9월 23일 후손 하동준 씨와 하병동 씨 등 문중 관계자를 고문헌도서관으로 초청해 기증식을 가졌다. 전시회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행사에는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 하우송 경상국립대 전 총장, 이석배 고문헌도서관장, 문중 관계자, 경상국립대 한문학과 교수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참석자 소개, 고문헌도서관장 인사말, 총장 축사, 문중 대표 인사말, 기증 내역 소개, 감사패 전달, 전시 개관 테이프 커팅, 기념 촬영, 전시 관람 및 전시 고문헌 해설, 문중 관계자 소감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송정(松亭) 하수일(河受一, 1553∼1612년) 선생은 남명 조식(曺植) 선생과 각재 하항(河沆) 선생으로 이어지는 남명의 학문을 계승해 이를 다시 겸재 하홍도(河弘度) 선생에게 전수함으로써 남명학파가 형성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경남의 3대 누정인 촉석루, 영남루, 환아정의 기문(記文)을 지을 정도로 학문과 덕망이 뛰어난 인물이다.
회봉(晦峰) 하겸진(河謙鎭, 1870~1946년) 선생은 송정 하수일(河受一) 선생의 11대손으로 면우 곽종석(郭鍾錫) 선생 문하에서 수학했다.
'회봉집', '동유학안', '동시화', '주어절요', '도문작해' 등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1918년 파리장서 사건과 1926년 유림단 사건에 연루돼 두 차례 옥고를 치렀으며, 해방 후에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돼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았다.
이번에 기증한 고문헌은 분량이 방대하고 종류도 다양해 경남 지역 남명학의 계승 양상과 진주권역 선비가의 학문과 사상을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문헌도서관에서는 기증받은 고문헌을 ‘송정문고’와 ‘회봉문고’로 지정해 관리할 예정이다.
송정 문중 후손 하동준 씨는 지난해 3월 목판(문화유산) 114점, 올해 8월 고서 152점을 기증했고, 회봉 문중 후손 하병동 씨는 2022년 5월 고서 1900점, 11월 고문서 351점을 기증했다.
모두 2517점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대학에서는 두 문중이 기증한 자료를 선별해 9월 23일부터 10월 31일까지 고문헌도서관에서 '기증의 명예와 보람'를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송정집', '도문작해', '회봉집' 초고본과 미간행 고문헌 등이 공개된다.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은 "경남 지역의 고문헌이 한곳에 모여 체계적으로 보존·연구될 때 우리 문중, 우리 지역, 나아가 우리나라 역사 연구가 풍부해질 것"이라며 "연구가 풍부해지면 국민의 자부심도 커진다. 총장으로서 지역 고문헌 보존과 연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석배 고문헌도서관장은 “기증 고문헌을 공개해 연구와 교육에 널리 활용하고, 남명학파 계승에 큰 역할을 한 송정 하수일 선생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저술을 통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회봉 하겸진 두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알리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시에서는 진양하씨 판윤공파의 남명학 계승, 충효 실천 사례 및 남긴 주요 고문헌, 송정 하수일 관련 유적 및 송정집 소개, 사진으로 보는 회봉 하겸진 가족과 활동, 회봉 하겸진의 저술, 회봉 문중 기증 귀중본, 회봉 하겸진의 문인과 저술 등의 자료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