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일상에서 무심코, 대충 넘기는 말을 찾아 그 정확한 뜻을 짚어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언어 생활은 일상을 편하게 하고, 말도 줄이면 매우 경제적입니다. 말에 두서가 없어 말이 많아지면 기(氣)를 쇠하게 한다고 합니다. 좋은 제보도 기다립니다. 한글 세대인 젊은층을 위한 코너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매년 10월 9일인데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른 법정 공휴일이고, 5대 국경일이어서 태극기를 게양하는 날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한글은 세계 어떤 말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과 시기가 분명한 글자라고도 합니다.
과학적이어서 예전엔 배우기 까다롭다는 평도 있었는데 디지털 시대를 맞아 평가가 확 달라졌습니다. PC(휴대전화 포함) 자판이 나오면서입니다. 글자를 배치하는데 어느 언어보다 낫다고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꽃을 피운 대표적인 언어라는 평입니다.
자음은 발음기관의 모양인데 ‘ㄱ’과 ‘ㄴ’은 발음 때의 혀 모양을, ‘ㅁ’은 입의 모양을, ‘ㅅ’은 이의 뾰족한 모양을, ‘ㅇ’은 목구멍의 둥근 모양을 본 따 만들었지요.
모음은 소리뿐 아니라 '철학적인 원리', 즉 상징성을 바탕으로 삼았습니다. 동양 철학에서는 하늘, 땅, 사람을 3재(三才)라고 해 만물의 근본 요소로 봅니다.
모음 글자를 만들 때 이를 적용했는데 ‘·’는 하늘의 둥근 모양을 상징하고, ‘ㅡ’는 땅의 평평한 모양을, ‘ㅣ’는 꼿꼿이 서 있는 사람 모양을 상징합니다.
나머지 모음 글자들은 이 3개 글자를 조합하면 만들어집니다. ‘·’를 ‘ㅡ’ 위에 쓰면 ‘ㅗ’가 되고, ‘·’를 ‘ㅡ’ 밑에 쓰면 ‘ㅜ’가, ‘·’를 ‘ㅣ’ 오른쪽에 쓰면 ‘ㅏ’가, ‘·’를 ‘ㅣ’ 왼쪽에 쓰면 ‘ㅓ’가 됩니다.
한글날 이야기로 두서없이 '무심코 하는 말 되짚어보기'를 시작했네요. 말하자면 뜬금없이 '한글날'이었습니다.
실은 이번엔 '두서없다'는 말을 짚어보려고 했습니다.
"너 말엔 두서가 없어", "일에 두서가 있어야지" 등으로 자주 하는 말입니다.
두서(頭緖)는 한자로 머리 두(頭), 실마리 서(緖)입니다. 비슷한 말로 갈피, 맥락, 이치 등이 있습니다.
두서를 풀면 '맨 앞의 실마리'인데, 실마리란 '감겨 있거나 헝클어진 실의 첫머리', '일이나 사건을 풀어갈 수 있는 첫머리'를 뜻합니다. 즉 ‘일의 시작이나 단서(端緖)’를 말하지요.단
한국표준어대사전엔 '일의 차례나 갈피'를 뜻한다고 풀이해 놓았네요. 갈피란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경계점'이니다.
두서는 위에서 든 사례 말고도 '두서가 잡히다', '일의 두서를 가리다', '두서를 차리다' 등으로도 쓰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두서없이'와 '뜬금없이(느닷없이)'는 더러 비슷한 어투로 쓰이는데 뜻은 다릅니다.
두서없다는 '일의 차례가 없다'는 것이고, 뜬금없다는 '갑작스럽고도 엉뚱하다'는 뜻입니다. 상황이 비슷한 것에 혼용해 쓰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둘러치나 메어치나 대충 알아듣기야 하겠지만 잘 가려 말하면 더 좋겠지요.
※ 더경남뉴스는 '말과 글' 장기 연재물로 '우리말 산책', '고운 우리말', '무심코 하는 말 되짚어보기', '경상도 사람도 헷갈리는 갱상도 말', '알면 더 쉬운 외래어', '일본어 잔재를 찾아서' 등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장 농어업을 중시하는 매체의 특성을 반영해 '귀농인이 알아야 할 농삿말', '농사(축산) 속담' 코너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모두가 '호흡이 긴' 황소걸음으로 가는 기획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