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전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높이 2m)이 20여년 전 공항 설계 당시부터 계획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무한공항 측은 "항공기 착륙을 안전하게 유도하기 위한 시설로, 지난해 내구연한 15년이 끝나 규정대로 기초를 보강하고 새로 설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무안국제공항 등에 따르면 착륙 유도시설인 로컬라이저(방위각 지시 시설)를 지탱한 둔덕은 지난 2007년 무안국제공항 개항 때부터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 둔덕 등을 충돌해 동체에서 불이 나고 있다. 무안소방서

국토부 관계자는 “2000년대 신공항 건설 추진 과정에서 국토부와 부산지방항공청의 발주로 금호컨소시엄이 낙찰을 받아 설계와 시공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공항의 설계 및 시공 입찰은 지난 1999년 12월 금호건설이 주도한 금호컨소시엄에서 낙찰을 받았다.

당시 입찰 경쟁에서는 현대컨소시엄과 삼성컨소시엄도 참여해 설계 심사 단계에서 현대컨소시엄이 1위, 삼성컨소시엄이 2위를 했다. 하지만 최종 낙찰자는 최저가를 써낸 금호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동체 착륙한 사고 여객기는 활주로를 벗어나 250m를 나아가 로컬라이저를 지탱하는 둔덕 속의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했고,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폭발했다. 여객기 충돌 땐 수천t의 충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구조물이 없었다면 폭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항 시설 설계 및 시공의 주요 지침 중 하나는 '해안 지역의 염분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 강한 재료 사용'이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활주로 끝 300m 이내에는 충격 흡수나 쉽게 파손될 수 있는 구조물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로컬라이저는 공항 활주로 주변에 설치하는 안테나 모양의 시설이다. 전파를 쏴 항공기가 활주로 가운데 정확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악천후에도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방위각 지시 장치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주변 바닥에 설치하는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도 활주로 근처 지면에 설치했다. 하지만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다른 공항과 달리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설치돼 있다.

둔덕의 크기는 가로 40m, 높이 2m, 두께 4m 정도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었다면 항공기가 로컬라이저 안테나와 공항 외벽을 부순 뒤 속도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사고 당시 무게 약 80t인 여객기는 시속 200㎞ 안팎으로 콘크리트 벽과 정면 충돌해 기체에 가해진 충격이 수천t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구조물을 두고 영국의 항공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곳에 있는 것은 범죄에 가까운 일"이라며 "활주로에서 200m 떨어진 곳에 그런 단단한 물체가 있다는 건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국토부 예규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제25조에 따르면, 로컬라이저 등 시설은 플라스틱과 같은 부러지기 쉬운 장착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토부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운 이유에 대해 “무안공항은 평평한 인천공항과 달리 활주로 남측의 지면이 낮아 활주로와 평평하게 로컬라이저를 설치하기 위해 구조물을 만들어 높이를 맞춘 것”이라고 했다.

전남 여수공항과 충북 청주공항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국토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과 스페인 테네리페공항 등에서도 콘크리트 구조물을 쓴 사례가 있다"며 "공항 안전 구역 밖에 만둘어 문제사 없다"고 했다.

하지만 무안공항의 경우 활주로에서 2m 정도로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서 300m 이내에 설치하면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은 활주로에서 300m 이상 지점에 로컬라이저를 설치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