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2시 직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출석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현직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구속된 상태에서 입었던 수의를 벗고 빨간 넥타이에 짙은 남색 정장을 입고서 재판정에 입장해 앉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변호인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 기일에 출석해 있다. KBS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이 재판정에 입정해 자리에 앉으려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앞서 피청구인 자리에 앉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앞서 피청구인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이상 KBS 중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오후 2시 3차 변론기일이 시작되자 "피청구인(윤 대통령) 본인 나오셨습니까"라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일어나 출석했음을 밝히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어 윤 대통령은 손을 들고 발언 제안을 했고, 문 대행이 발언 기회를 주자 "일어나서 할까요"라고 물었다. 편한대로 하라는 말에 윤 대통령은 약 1분간 앉아서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처음 헌재에 출석해서 간단히 한 말씀 드린다. 철 들고 난 이후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재판관님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헌법 소송으로 업무 과중하신데 제 탄핵 사건으로 고생하시게 되어 재판관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재판관들의 질문에 답했다. 특히 비상입법기구 설치를 지시와 국회의원들을 막으려 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재판관이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당시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달했냐'고 묻자 "준 적이 없다. 나중에 계엄을 해제한 후 한참 있다가 언론을 통해 메모가 나왔다는 걸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쪽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김 전 장관이 그때 구속돼 있어서 확인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 권한대행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계엄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재판정에서는 국회 측의 요청으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계엄 당일 CCTV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을 모두 본 윤 대통령은 "군인들이 청사에 진입했는데 직원들이 좀 저항하니까 스스로 나오지 않느냐.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데"라며 "계엄해제 요구를 막았다고 여러가지 증언들을 모아 얘기하는데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보고 바로 군을 철수 시켰다"고 항변했다.

이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다는 얘기를 자꾸 국회 측에서 하는데, 계엄 때 (제가) 군을 투입해서 방해했다고 한다면 그걸로 계엄 해제 요구를 못 하고 계엄이 쭉 그냥 가는 것이냐.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계엄 포고령에 있던 '국회 활동 금지'를 실제 실행할 의사는 없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 갑(甲)'이다. 제가 무리를 해서 계엄 해제 의결을 못 하게 한다고 해도 국회는 국회(국회의사당)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계엄 해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계엄의 정당화를 위해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라고 한다.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후에 만든 논리라고 하는데 이미 계엄 선포 전에 선거 공정성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 확인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3년 10월 국정원의 선거관리위원회 전산장비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스크린(점검)할 수 있으면 해봐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변론에서 "비상계엄 선포는 경고성이며, 포고령은 형식적일 뿐 실제 집행할 의사가 없었다"며 "정치인 체포·사살 지시도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법조인을 체포·구금하라고 지시한 바가 없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바도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한 대표를 사살하라고 했다는 보도는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라며 “지시한 적도 없는데 황당한 것을 가지고 탄핵소추 사유로 언급하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대리인단은 "포고령은 계엄의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이었지 그 집행의 의사가 없었다. 집행할 구체적인 의사가 없었으므로 실행할 계획도 없었고, 포고령을 집행할 기구 구성도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에 군을 투입한 이유에는 "망국적 행태를 국민에게 알리고 시민이 몰리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비상계엄은 거대 야당의 전무후무한 탄핵소추 남발과 입법 폭주, 예산 무차별 삭감 등을 멈추도록 호소하고 경고하고자 한 것”이라며 “(포고령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초안을 잡은 것으로 국회 의정활동을 금지하려 한 게 아니었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존재했던 예전의 군사정권시절 계엄 예문 그대로 필사한 것을 피청구인이 수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포고령은) 계엄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집행 의사가 없었고 상위법 저촉 소지가 있어 실행할 수도 없었다”며 “구체적 집행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 불법적 행동이 있으면 금지하려고 한 것이지 정상적 의정 활동을 금지하려는 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은 1시간 43분만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