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과 폐지 등 '재활용 쓰레기'가 대접을 받는 시대가 점점 다가서고 있다. 가속화 하는 지구온난화로 '탄소 제로'가 지구의 절체절명의 과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탄소 감축을 위해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면서 폐플라스틱 수요가 늘고 있다.

1일 환경 업계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소재인 PE(폴리에틸렌)와 PP(폴리프로필렌) 가격(플레이크 기준)은 지난 2020년 이후 3년 새 24~36% 올랐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각국이 탄소 저감을 주요 정책화 하면서 친환경 산업을 키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3월 ㎏에 545원이었던 PE 가격은 올해 3월 744원으로 3년 사이 약 36%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PP는 494원에서 614원으로 24% 상승했다.

경남 하동군 금성면 새마을단체 회원들이 2022년 7월 21일 농약 빈병, 농약 봉지 등 영농폐기물을 수거해 분류하고 있다. 이날 5t을 수거했다. 하동군 제공

PE는 주방용품을 만들 때 주로 쓴다. 열에 강하고 인체에 무해한 플라스틱 소재다.

PP는 카펫, 실내 장식품, 산업용 밧줄의 인공섬유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다. 투명도가 높고 성형, 즉 형체를 만들기가 쉽다.

업계는 폐플라스틱 값이 앞으로도 계속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다가 재활용 횟수에 제한없이 재활용이 가능한 기술이 등장해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온실 가스가 지구의 문제로 부상하면서 시멘트 업계의 폐플라스틱 수요도 점차 늘고 있다. 시멘트 제조업체들은 석탄을 대체하는 연료로 폐플라스틱을 쓴다.

시멘트는 석회석·점토·규석·철광석 등의 원료를 2000도에서 가열해 만드는데 이때 석탄을 주로 쓴다. 하지만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하지만 가연성인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사용하면 온실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사용할 때 시멘트 산업에서 배출되던 온실가스를 268만t가량 줄일 수 있고 연료 수입비를 연간 1938억원을 줄일 수 있다.

시멘트 업계는 재활용이 쉬운 투명 페트병 플라스틱이든, 까다로운 폐플라스틱이든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재사용해 왔다.

투명 페트병은 시멘트 업체에서 돈을 주고 사갔고, 폐비닐이나 음식 찌꺼기 등 이물질이 묻은 페트병이나 색깔이 있는 폐플라스틱은 거꾸로 돈(수거·처리비)을 받고 가져갔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이 까다로운 폐플라스틱은 1~2년 전에는 t당 14만~15만원을 받고 가져왔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10만원대로 떨어졌다. 이 추세라면 머지 않아 폐플라스틱을 사서 써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하는 SK지오센트릭은 재활용 공정에서 원료 공급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폐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생산비와 생산 부가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소각이나 매립을 해왔던 폐비닐, 폐어망, 이물질 페트병, 오래된 운동복 등은 앞으로 재활용 가치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비싼 투명 페트병의 구입비도 점점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력이 더 나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재활용 가치가 떨어졌던 폐플라스틱의 활용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채연춘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개발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 플라스틱 소재와 비교해 1.5배에서 2.5배가 넘는 가격으로 화학적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간다"며 "유럽·미국의 글로벌 패션·식음료 브랜드들은 탄소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웃돈을 주면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종이 가격도 올랐다. 폐신문지 값은 2020년 3월 ㎏당 72원에서 지난해 3월 152원까지 두 배 넘게 올랐다. 지금도 13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폐골판지도 ㎏당 56원에서 지난해 145원으로 올랐다. 올해는 가격이 하락해 77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