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8일)은 쌀의 날이다.
지난 2015년 국내 쌀 시장을 개방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우리 쌀의 중요성과 가치를 되새기자는 의미로 정했다. 올해로 11주년이다.
8월 중순, 진주시 진성면 구천마을 들녘. 한여름인 지금은 이삭이 나오는 철이다. 꽃이 수정돼 이삭이 자라서 익으면 황금색 들녘이 되고 벼를 수확한다. 벼를 도정하면 쌀이 탄생한다. 정창현 기자
한자 쌀 미(米)를 풀면 여덟 팔(八), 열 십(十), 여덟 팔(八), 즉 '八, 十, 八'이 나온다 해서 8(八)월 18(十八)일을 쌀의 날로 정했다.
농협중앙회는 달리 "'八, 十, 八' 숫자엔 쌀 한 톨을 얻기 위해 농민의 손길이 88(팔십팔)번 간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줄어가는 쌀 소비···한 명이 하루 154g 먹어
통계청은 2023년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이 370만 2000t이라고 발표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쌀 생산 감축 정책에 따라 벼 재배면적이 한 해 전보다 2.6% 줄고, 생산량도 1.6% 줄었다.
그런데 생산량 감소보다 쌀 소비 감소가 더 빠르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2.3%씩 줄었다.
2023년 우리 국민의 1인당 쌀 소비량은 56.4kg이었다. 이를 하루로 환산하면 하루 154.6g이다.
쌀 유통업계는 초소형 포장 쌀 양을 대체로 150g으로 정했다. 한 사람이 하루 쌀 소비량을 감안한 용량이다. 쌀 150g에 물을 부어 밥을 지으면 밥공기로 한그릇 반에서 두 그릇 정도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통계청에선 농가의 쌀 소비량이 1인당 85.2kg이라고 발표했지만 비농가의 소비량은 55kg이었다. 도시민 등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덜 먹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아침을 거르는 국민이 많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밥을 먹는 인구가 줄어 쌀 소비가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돼지고기와 쇠고기, 닭고기를 더한 1인당 육류 소비량이 60.6kg이다. 주식인 쌀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30여년 전인 1993년에 1인당 쌀 소비량이 110.2kg에 달했다. 지난해 56.4kg의 두배였다.
▶쌀 자급률 104%·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이미 지난 1990년 100%를 넘어섰다. 이어 2022년은 104.8%였다. 재고가 쌓여간다는 말이다.
그런데 해마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물량(TRQ)은 40만 9000t이다.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때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면서 쌀의 관세화를 유예한 대가로 5%의 저율 관세만 매겨 수입하는 의무 수입 물량을 해마다 40만 9000t까지 늘려왔다. 쌀 공급 과잉 상태다.
▶정부는 공허한 메아리 같은 '아침밥 먹기 캠페인'
정부는 민간에 보유하고 있는 쌀 일부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하고 농협 등을 통한 쌀 소비 촉진을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침밥 먹기 홍보행사를 하고, 농협 임직원들은 ‘구내식당 아침밥 먹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캠페인으로 쌀 소비가 얼마나 늘어날지, 내려가는 쌀값을 지지할 수 있을지 효과가 의문스럽다.
한동안 식품 의약계에서 탄수화물 과다 섭취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주장이 득세하면서 쌀밥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식의 인식이 깊게 심어져 있다.
쌀을 먹어도 햇반 등 가공 밥을 데워먹거나 도시락을 사다 먹는 경우도 늘고 있다.
▶쌀 가공식품에서 길 찾자
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가공용 쌀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실제 지지난해 식료품이나 떡, 술이나 주정, 음료 등 제조업체에서의 쌀 소비량이 크게 증가했다. 가공용으로 사용한 80만t 규모다. 연간 쌀 생산량 370만t과 해외 쌀 의무 도입분 40만t을 합하면 지난 한해 총 물량은 410만t이다.
해외에서 냉동 김밥이 열풍을 일으키고 각종 볶음밥류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쌀 가공식품 수출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도 쌀 가공식품의 소비와 수출에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나해 상반기 쌀 가공식품 수출은 1억 3600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9600만 달러보다 41.4% 늘었다.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쌀 가공식품 수출은 괄목할만한 증가세다.
해외 각국에서 냉동김밥, 즉석밥, 떡류 수요가 증가하면서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지속 늘고 있다.
연간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2015년(5434만 달러)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2019년에 1억 859만 달러로 처음 1억 달러를 넘었고 2023년에 2억 달러를 돌파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건강식과 한류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쌀 가공식품 수출이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정간편식(HMR) 대중화, 글루텐 프리(무글루텐) 수요 증가에 따라 미국 등 현지에서 냉동김밥, 즉석밥, 떡류 제품 인기가 높아졌다"며 "냉동김밥의 경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대형유통매장에 입점하면서 수출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밀을 주식으로 해온 서구에서는 글루텐이 들어있지 않은 대표적인 '글루텐 프리' 식품으로서의 쌀을 건강한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쌀 가공식품을 수출할 때 국산 쌀 유인책을 강화하고, 쌀 품종도 가공식품을 만드는데 유리한 품종을 개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농협중앙회, 쌀 가공식품 수출 등에 예산·물류비 지원
정부는 해외에서 우리 쌀 가공식품을 찾는 수요가 증가세를 보이자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오는 2028년까지 국내 쌀 가공산업 시장을 17조 원 규모로 키우고, 이 분야 수출액을 4억 달러(약 5432억 원)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도 쌀 가공식품 수출 농협과 가공·주정용 쌀을 새로 공급하는 농협에 판매 예산과 수출 물류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