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 근로자 단속 제보자는 내년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려는 정치인 토리 브래넘이었다.
미 정치권에 따르면 브래넘은 내년 11월에 치러질 2026 미연방하원 의원 선거에 조지아주 제12지역구 공화당 후보로 출마 선언한 상태다.
앞서 그녀는 급습 당일(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이 현장을 보고했다”고 자진 공개했다.
앞서 미 이민 당국은 그녀의 신고로 공장 건설 현장에서 475명의 근로자를 체포했다. 이 중 한국인은 300여 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 이민 당국은 이와 관련 브래넘이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브래넘은 5일 미국 매체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ICE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분이 좋다.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라고 했다.
브래넘은 미 해병대 총기 교관 출신이자 조지아주 12선거구에서 공화당의 연방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다.
그녀는 자신의 SNS에 소총 사진까지 올렸다.
미국 이민 당국에 현대차 합작 공장 건설 불법 근로자 단속을 해 달라는 제보를 했다고 주장한 토리 브래넘. 그녀는 조지아주 12선거구 공화당 연방 하원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브래넘 페이스북
토리 브래넘은 미 해병대 교관 출신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로 알려졌다. 브래넘 페이스북
브래넘은 "오래 전부터 한국 기업의 공장에서 불법 체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내가 트럼프에게 투표한 이유가 바로 불법 체류자를 대거 추방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원했던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나의 정치적 기반 지역인 조지아주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마땅하다. 외국 기업이 미국에서 사업할 수 있는 것은 특권”이라고도 했다.
브래넘은 “현대차 공장 불법 체류자를 ICE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협박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 메시지가 증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나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곧이어 SNS에는 이민 당국이 현장 근로자의 두 손을 케이블 타이로 묶고 연행하거나 한국인들을 줄 세우고 가방을 수색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하지만 미국 현지 SNS에는 “체포된 사람들은 한·미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이다. 누가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싶어 하겠나”, “백인 우월주의나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증오로 한국과의 수십억 달러 계약을 망칠 수 있다”고 했다.
“브래넘은 극도의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판한 글도 올라왔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5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현대차·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단속 현장 영상. ICE 홈페이지
미국 이민 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자 단속 현장 모습. 우리 근로자가 케이블 타이로 허리를 묶인 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ICE 홈페이지
하지만 브래넘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 음성사서함에 증오를 쏟아붓고, 반인종주의 강좌에 강제로 등록시키며 생명을 위협한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제가 해병 대원들을 사격장에서 훈련시킨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여러분이 두렵지 않다”며 “오히려 그 메시지들이 정말 재미있다. 여러분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되받았다.
그의 딸도 나섰다.
자신을 브래넘의 공식 계정 관리자이자 딸이라고 밝힌 이는 7일 “최근 저희 어머니와 심지어 미성년 자녀들에게까지 혐오적인 행동이 가해졌다”며 “어떤 사람들은 우리 가족의 SNS 계정을 찾아내 괴롭히기까지 했다. 그로 인해 어머니가 수년 동안 자랑스럽게 올려왔던 우리의 사진과 글들을 모두 삭제해야 했다”고 했다.
그는 “이는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모든 메시지, 댓글, 괴롭힘 사례는 기록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당국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다시 엄포를 놓았다.
현지 경제인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국에서 조지아주처럼 한국 기업 덕을 본 곳 없다며 소상공인 등 지역 경제가 큰 타격 받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