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민 당국이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에 있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자 단속을 벌여 우리 근로자 300여 명을 포함한 475명을 체포·구금 했습니다.

우리로서는 입이 딱 벌어질만한 초유의 일이었지요.

미 당국은 단속 후 공장 급습 당시의 대규모 체포 작전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영상에는 체포된 근로자들의 몸과 발에 쇠사슬을 채우고 버스에 태우는 장면 등 충격적인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미국 이민 당국이 공개한 현대차-LG엔솔 이민자 단속 현장 모습. 우리 근로자가 두 다리에 쇠사슬로 묶인 채 차량을 탑승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

우리 근로자들이 미국 이민 당국 대원들이 감시하는 가운데 건물 벽에 두 손을 대고 서 있는 모습. ICE 홈페이지

미국 이민 당국 대원이 우리 근로자를 쇠사슬로 몸을 묶고 있다. ICE 홈페이지

이날 현장에는 국토안보수사국, 이민세관단속국, 연방수사국, 마약단속국, 주류·담배·총기·폭발물 단속국, 국세청, 조지아주 경찰 등 연방와 주·지방 정부 요원 약 500명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단속국 요원들은 헬리콥터와 장갑차를 동원해 공장 입구를 봉쇄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직장에서 시행한 이민자 단속 중 가장 큰 규모였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현장 근로자의 말을 인용해 "연방 요원들이 전쟁터에서 작전하듯 단속이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단속에 일부는 환풍구 등에 숨었고, 일부는 하수 웅덩이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 근로자들은 체포된 뒤 200km 떨어진 조지아주 포크스턴 제임스 디레이 민간 교정시설에 5일째 구금돼 있습니다.

구금된 곳에선 샤워는 할 수 있지만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고 합니다. 불법 체류자들이 체포된 뒤 본국으로 추방되기 전에 재판을 받거나 행정 절차가 진행될 때 머무르는 곳입니다.

체포된 우리 근로자들은 B1·B2(단기방문 비자), 비자 면제 프로그램 일종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미국에 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선 방문 비자나 이스타로 입국해 회의, 면담 수준을 넘어 취업 활동을 하면 불법입니다.

현지에서는 현재로선 석방 시기를 알 수 없다는데, 대통령실은 7일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대로 전세기가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이민법에 따르면 불법 이민자가 자진 출국시 5년간 미국에 방문할 수 없는데, 이에 불복하면 재판을 해야 합니다. 오래 걸린답니다.

■ 추가 사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가 지난 3월 26일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켐프 주지사는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근로자 300여 명이 무더기 구금된 하루 뒤 "이민세관단속국의 기습 단속에 적극 협조했다"는 성명을 냈다. 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