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민간 업자 일당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7일 검찰 관계자는 “내부 논의 결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 5명에 대해 검찰은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항소하려면 1심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 법원에 항소장을 내야 하는데, 검찰은 항소 기한인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반면 대장동 일당 5명은 1심 선고 직후 모두 항소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2심에서는 피고인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부분만 다뤄지게 된다.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2심에서는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어, 2심 재판이 피고인들에게만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에게는 징역 4년과 징역 5년을,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모두 법정 구속됐다.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더 무거운 형을 구형했었다. 검찰은 지난 6월 결심 공판에서 김만배씨에게 징역 12년에 추징금 6112억원을 구형했다. 정영학 변호사에게는 징역 10년,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7년,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구형보다 훨씬 가벼운 형이 선고됐는데도 항소를 포기한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배경에 정치적인 고려나 외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1심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된 부분도 2심에서 다툴 수 없게 됐다. 1심은 일당들의 혐의를 대체로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서판교터널 사업과 관련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또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5억원을 주고, 428억원을 추가로 약속한 부분도 “공동 배임으로 얻은 이익을 분배한 것에 불과하다”며 뇌물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항소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항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대검찰청 등 검찰 지휘부에서 최종 승인을 내리지 않아 결국 항소장이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 기한을 불과 30분 남긴 시점까지도 내부 논의가 이뤄졌고, 기한이 만료되기 직전에야 ‘항소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 사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TV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항소 기한이 끝나는 7일 자정을 한 시간쯤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장동 사건은) 무죄 부분도 있고 구형보다 훨씬 적은 형량이 선고되었으므로 검찰이 ‘당연히’ 항소해야 하는데도 항소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황당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권력 눈치 보거나 권력 오더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검찰청 검찰 수뇌부에서 항소를 반대하거나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 수뇌부가 이 당연한 항소를 막거나 방해하면 검찰 수뇌부가 반드시 직권남용·직무유기죄로 처벌받게 될 것”이라며 “검찰 수뇌부에 항소 포기를 요구한 권력자들도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결국 검찰이 7일 자정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자, 한 전 대표는 자정을 넘긴 직후 “11월 8일 0시 대한민국 검찰은 자살했습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