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2년간 홀로 돌보다가 술에 취해 숨지게 한 아들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대체 간호 부자간에 어떤 내막이 있었길래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을까요?

경남 합천군 치매안심센터 직원과 군 보건소 직원이 어르신을 보건소 안으로 모시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합천군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곤)는 7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모(50)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지 씨의 죄목은 지난 7월 1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주거지에서 치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입니다.

이날 지 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버지를 방바닥에서 침대로 옮기다가 아버지가 자신의 손을 깨물며 저항하자 홧김에 범행했다고 합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건강이 쇠약한 90세 노인으로 무방비 상태에서 아들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을 맞게 됐다”며 “피고인은 술에 취하면 쉽게 흥분해 폭력적 성향이 발현돼 과거에도 폭력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치매를 앓고 있으며 스스로 거동을 할 수 없는 피해자와 함께 2년 동안 거주하며 간병해온 유일한 가족이 피고인”이라며 “범행 이전까지 피고인이 피해자를 성심껏 보살핀 점을 참작했다”고 했습니다.

어찌보면 황희 정승이 마당에서 다투던 두 노비에게 너도 잘했고 너의 행동 또한 이해된다며 다툼을 해결했다는 일화와 같은 판결입니다. 이 판사는 반대로 형을 때렸지만, 여러 주변 상황을 고려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노령층의 치매가 가정적 문제를 넘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일 휴대전화로 오는 실종 알림 문자메시지도 상당수 치매로 인한 가출과 실종으로 여겨집니다.

먼발치에서 보는 것과 달리, 치매 환자나 간호 당사자는 일상 자체가 완전히 망가져 있습니다.

비견한 예인 층간소음과 아파트 흡연 문제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이를 겪는 이들은 남모를 고통이라고 호소합니다.

심지어 다투다가 흉기를 휘둘러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치매를 비롯해 인지 장애인의 행동은 돌발적입니다. 우악스럽게 폭력적으로 발산되기도 합니다.

주위 여건과 상황의 도를 비교하긴 그렇습니다만 비슷한 경우를 소개합니다.

돌아가시기 직전 몇 달간 갑자기 치매 증상이 나타난 할아버지가 2년 정도를 간호하던 손자에게 폭언을 쏟아내 손자가 질겁을 한 경우입니다.

노약해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병원에서 간호하던 효자 손자에게 느닷없이 고함과 악담을 지속 퍼부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와 정담을 나누던 20대 초반 어린 손자로선 할아버지의 돌변에 실망을 넘어 충격을 받은 건 당연합니다.

이후 손자는 할아버지에게서 만정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옆에서 이해하기 힘든 게 치매 행동입니다.

기자가 또달리 들은 어느 농촌집 며느리 사례입니다.

이 며느리는 평소 시아버지와 격의없이 농사를 짓고 지극히 모셨다고 합니다. 시아버지가 노환으로 병상에 눕자 온갖 정성을 다했다고 하더군요. 인근에서 칭송이 자자했답니다.

그런데 기력이 쇠한 시아버지가 움직이지 못하고 치매도 보이자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효부란 말을 들었지만 며느리로선 도저히 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남편이 대신 이 일을 했다고 합니다.

위에 소개한 치매 아버지 살해 사건 판결은 판사가 여러 사안을 감안해야 했기에 판결을 하긴 쉽지 않았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판사가 이를 판결할 정도의 인생 경험을 했을까에서부터 법 조문의 한계성 등생각할 점도 많겠지요.

설령 이런 여건들이 맘에 걸린다고 해도 판결 내용이 잘못됐다고 할 순 없습니다. 재판 결과를 두고 '악법도 법'이란 말이 진리처럼 와닿을 때가 있지만, 여기에 적용할 바는 아닌 것도 같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친족 사건이고 판결이지만 딱 잘라서 잘잘못 판단을 하기가 머뭇거려지는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역 7년'이 눈 아래에서 밟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치매 치료제 개발과 함께 치매 환자 관리의 국가 책임 등이 한시 바삐 준비돼야 하겠습니다. 지금으로선 해결책도 난망하고 지난한 사안들입니다.

'불치의 병'인 치매가 지금의 인간사에 던지고 있는 간절한 희망이기도 합니다. 아버지를 숨지게 한 이 사건의 아들도 이날의 극한 행동과 달리 평소 아버지를 극진히 모셨을 지도 모릅니다.

비극으로 끝난 부자의 치매 사건, 독자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