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일상에서 무심코, 대충 넘기는 말을 찾아 그 정확한 뜻을 짚어보겠습니다. 뜻을 정확히 알고 하는 언어 생활은 일상을 편하게 하고, 또한 말을 줄여서 쓰면 매우 경제적입니다. 일상에서 말로서 보는 이익과 말로서 잃는 손실은 적지 않습니다. 좋은 제보도 기다립니다. 한글 세대인 젊은층을 위한 코너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0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로 거센 비난에 직면하자 "나라고 용 빼는 재주 있나"라고 말했지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방송
경남 등 부울경에선 자주 듣는 말입니다.
노 대행은 경남 창녕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해 아마 머리 속 이 말이 항시 남아 있거나 입에 달려 있어 위중한 상황에서 툭 튀어 나온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
경남 진주산인 기자도 자주 듣고 씁니다. "참 나, 지가 용 빼는 재주가 있나", "용 빼는 재주라도 가졌더라면" 등으로 쓰입니다.
적지 않는 독자가 이 말의 뜻과 유래, 용처를 제대로 모를 것으로 짐작됩니다.
'용 빼는 재주'는 사슴에서 나온 문구입니다. 혹자는 전설 속의 동물인 용에서 유래됐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닙니다.
'용 빼는 재주'란 사슴의 뿔, 즉 '녹용(鹿茸)'의 준말 '용(茸)'을 빼내는 재주에서 유래했습니다. 녹(鹿)은 사슴 녹이고, 용(茸)은 우거질 용입니다. 사슴뿔이 크고 몇 갈래로 자라는데 이를 우거진 것으로 본 듯합니다.
녹용은 살아 있는 사슴의 머리에서 잘라 내야 약효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녹용은 살아 움직이는 사슴을 잡은 채 머리에서 뿔을 잽싸게 잘라내야 합니다. 기술이 좋아야 하며 일반인은 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의미가 '해결하기 어려운 난관에 부딪혔을 때 기묘한 방법(재주)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빚대 하는 말로 쓰입니다.
말하자면 '용 빼는 재주'는 날고 기는 아주 뛰어난 재주를 말합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왕서방이 가져 간다'는 말이 있지요. 걩상도 말로 '딱 그짝'입니다.
판단울 현명하게 하지 못한 '노만석'이 곰이고, '이재명과 그 수족들' 그리고 '대장동 김만배 일당' 이 왕서방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듣는 이가 잘 판단하라는 정성호 법무장관의 "신중하게 판단하라"와 듣는 이가 알아 판단해 달라는 노 대행의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말이 왜 이렇게 '용 빼는 재주'와 오버랩 됩니까?
'도둑은 담벼락이라도 뛰어넘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더러 씁니다. 남의 집 물건 훔치는 도둑은 나름의 노력, 즉 용(단번에 내는 센 힘)을 쓴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가벼운 '세치 혀'만 놀려 이 나라의, 우리 사회의 상식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1조에 가까운 수천억 원이 시기꾼들의 호주머니에 고스란히 들어갔습니다.
5천만 국민은 지금 혀를 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