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은 후 자택에서 목숨을 끊은 경기 양평군 공무원 A(57·당시 단월면장) 씨가 특검의 회유와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진술을 하게 된 경위를 유서에 상세히 적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유서에서 “특검이 몇 번이나 회유하고 강압적인 자세로 대하며 짜여진 각본에 따라 추궁해 거짓 진술을 했고, 조서에 기록된 내용은 잘못된 정보”라며 괴로운 심경을 피력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양평군 단월면장 A 씨의 자필 메모. A 씨는 민중기특검에 불려가 조사 받은 다음 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 인권침해 사건 진상규명에 나선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에 따르면, A 씨의 유서는 일기와 편지 형식으로 노트 21장 분량이다.

전공노는 이 중 9장이 고인이 지난 10월 2~4일 특검 조사 과정에서 겪은 일과 조사 후의 괴로운 심정을 담은 내용이라고 했다.

A 씨는 김건희 여사 일가가 2011~2016년 ‘양평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하면서 양평군으로부터 개발 부담금 면제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었다. 그는 당시 개발 부담금 업무를 담당하는 중간 간부였고, 당시 군수는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이었다.

고인은 지난 10월 2일 오전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1시 15분까지 특검에 불려가 양평경찰서에서 파견된 경찰관들로부터 심야조사를 받았다.

유서에는 특검으로부터 정해놓은 답변을 강요받은 상황이 세세하게 담겼다. “협조하라고 한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모든 것이 싫다’라고 적었다.

아래 내용은 전공노가 일부 언론에 밝힌 고인의 유서 중 일부 내용이다.

한 수사관은 조사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김선교가 시킨 거라고 얘기해라”고 다그쳤다. 고인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자 수사관이 반말로 “안 되겠네” 하며 겁을 줬다.

또 다른 수사관은 특검법을 설명하며 “협조해 주면 고발자는 죄를 감면해 주거나 묻지 않는다”고 회유했다.

심야조사가 시작되면서 수사관들이 돌아가며 다그쳐 원하는 진술을 했다. 수사관이 미리 조서를 작성해뒀고 이게 수사기법인 것 같다.

수사관이 부하 직원을 살려야지, 책임 떠넘기면 되냐며 무시하고 구박했다. 짜여진 시나리오, 각본에 넘어가는 거 같다.

고인은 회유와 강압으로 거짓 진술을 했다며 자책하는 심정도 기록했다.

“한심하고 답답하다”(조사 직후), “잘못 진술한 사항이 계속 머리에 남는다. 죽어야지 이 고통에서 벗어날 거 같다”(다음 달).

고인은 2021년부터 약 1년 6개월 동안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2023년 5월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고인은 특검에서 다시 조사가 시작됐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변호사 없이 출석했다.

앞서 진행된 수사와 감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 변호인도 없이 특검에 출석했다

하지만 유서에는 변호인 없이 혼자서 3명의 수사관을 감당하기가 힘들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은 강압 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자체 감찰 조사를 한 뒤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결론냈다. 셀프 조사란 피난을 거세게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일 특검 수사관 1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나머지 3명의 수사관은 수사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