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에서 고검 검사로 강등된 정유미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법무부 인사가 법령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대검 검사급(검사장) 인사를 15일 자로 단행하면서 정 검사장을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 발령했다.
정 검사장은 창원지검장 재직(2024년 5월~2025년 7월) 때 터진 '명태균 로비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될 때까지 총괄했었다.
정유미 전 검사장(전 창원지검장)이 지난 12일 법무부의 인사와 관련 소송을 제기하며 서울행정법원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TV조선
정 검사장은 12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인사명령 처분 취소 청구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집행정지는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인사 처분의 효력을 일시 정지해 달라는 요청이다.
정 검사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인사는 조직 구성원을 적재적소에 쓰기 위한 고도의 정밀한 작업이어야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모욕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법령을 지키는 것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차원의 법적 다툼을 해볼까 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장에 이번 인사가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위배된다는 취지를 담았다.
이 규정에는 대검 검사급 이상 보직은 ▲검찰총장 ▲고검 차장 및 각 고검장 ▲대검 차장 ▲법무연수원장 ▲대검 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법무실장·검찰국장·범죄예방정책국장·감찰관·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지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을 포함한다고 돼 있다.
정 검사장은 이를 개정하지 않고 고검 검사로 전보할 수 없다고 했다. 정 검사장이 발령난 '고검 검사'는 이 규정에 포함되지 않지만 발령일이 15일로 아직은 검사장이다.
정 검사장은 또 법무부가 별도의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사 강등을 단행한 것은 사실상 징계에 해당해 공무원의 신분 보장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정 검사장은 전날 단행된 법무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검사장이 고검 검사로 강등된 사례는 지난 2007년 권태호 전 검사장 이후 두 번째다. 당시 권 전 검사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서 서울고검 검사로 배치됐다.
법무부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구분한다'고 규정한 검찰청법 6조에 근거해 대검 검사급 검사를 고검 검사급에 인사조치 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법 규정은 지난 2004년 검찰청법 개정 이전까지는 검찰총장과 고등검사장, 검사장, 검사로 직급이 구분돼 있었지만 참여정부 때 법을 개정해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 검사로만 구분했다. 다만 검찰 관련 법규에 검사 징계 중 '강등' 항목은 없다.
정 검사장은 검찰청법 30조를 근거로 위법성을 주장했다.
검찰청법 30조는 고검 검사, 지검 차장 및 부장검사, 지청장 임용 자격 요건에 관한 규정이며, 특정 직급(대검 검사급)을 제외하고 7년 이상 특정 직위에 재직한 사람 중에서 임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 전 검사장은 이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업무 수행 과정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을 비난해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킨 대검검사급 검사에 대한 인사 조치"라고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 검사장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린데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 검사장은 지난 11월 10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의 입장문은 짧고 실질적인 내용도 없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킬링 포인트가 보인다"며 "그는 검찰 역사를 통틀어 가장 치욕적으로 권력에 굴복한 검사로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권리에 굴종한 자를 조직의 수장으로 두고 같은 치욕을 감당해야 하는 후배들의 입장을 눈곱만큼이라도 생각할 능력이 있다면 '저의 책임'이라고 내뱉었으니 책임지고 그 자리를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정 검사장은 권 전 검사장이 비슷한 소송에서 패소한 것에 대해서는 "그분은 명백하게 비위가 있었고 징계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정 검사장은 1972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광주 대광여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대학 때 학생운동(자주파인 NL 계열)을 했다.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30기)을 수료했다.
※ 참고로 기사에서 거론된 정유미 전 창원지검장의 직위는 ▲고검 검사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급) ▲검사장입니다. 11일 인사가 난 '고검 검사'로 쓰지 않고 '검사장'으로 쓴 이유는 인사일이 15일 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검사장으로 쓰지만 15일부터는 '전 검사장'이나 '고검 검사'로 써야 하겠지요. 소송 결말이 날 때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