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영방송 BBC가 지난달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영어 영역에 대해 "악명 높게 어렵다(notoriously difficult)"고 평가했다.

BBC는 수능을 총괄했던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미친(insane)' 수준의 수능 영어 시험에서 비롯된 혼란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며 지난 11일(현지 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한 어르신이 경남 함양군의 사찰 보림사에서 불공을 드리며 손자의 수능 고득점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함양군

이 매체는 영어 영역 문항 중 고난도라고 지적된 임마누엘 칸트의 법철학(34번)과 비디오 게임 용어(39번) 관련 지문들을 소개하며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다면 문제를 풀어보라"고 제안했다.

이어 "일부 수험생은 수능 영어 지문의 문장 구성 방식을 두고 '고대 문자를 해독하는 것 같다', '미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고 했다.

이 말고도 "개념이나 아이디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끔찍한 글쓰기", "책에서 맥락을 떼어낸 발췌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학계의 의견도 전했다.

또 "수능은 8시간 동안 이어지는 악명 높은 마라톤 일정으로, 수험생들은 국어와 수학, 영어, 사회·과학 등 여러 과목에서 약 200문항을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시험은 대학 진학 여부뿐 아니라 취업, 소득, 미래의 인간관계까지 좌우할 수 있다"며 "많은 한국 청소년이 평생을 이 시험을 준비하고 일부는 네 살 무렵부터 '학원'이라는 사교육 기관에 다닌다"고 조명했다.

BBC는 "수능이 치러지는 하루 동안 건설 공사, 항공편 운항, 군사 훈련이 중단되는 등 전국이 올스톱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능이 처음 도입된 1993년 이후 시험을 총괄한 12명 중 임기를 채운 인물은 4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문항 오류로 물러났으며, 오 원장은 처음으로 난이도 때문에 사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