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겨울가뭄에 배추·시금치 말라 농심이 탄다
경남·전남 등 남부지역 강수량 태부족
봄동배추 생육 부진에 수확량 급감
양파 등 월동 작물도 피해 우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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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9 08:37 | 최종 수정 2022.02.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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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지역에 겨울가뭄이 지속돼 봄동배추·겨울배추·시금치 등의 밭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가뭄이 더 지속되면 마늘·양파·보리 등 생육기에 있는 월동작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19일 부산기상청 진주기상대와 경남 시군에 따르면, 남해군에는 지난해 12월 16일 2.5㎜의 비가 내린 뒤 올해 2월 9일까지 단 한차례도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았다. 경남 창녕군도 지난해 12월 평균 강수량 2.7㎜를 기록한 이후 올 1월에는 비 한방울 오지 않았다.
이 같은 가뭄의 영향으로 마늘과 양파의 잎끝이 마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영농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경남 진주의 축산농가들은 가축에게 먹일 조사료 생육이 크게 부진해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해 가을 타작을 한 이후 뿌린 조사료(일명 풀씨)가 제대로 발아되지 않거나 발육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진주시 반성에서 대규모 축산농을 하는 김종규 씨(58)는"겨울가뭄이 오래 돼 조사료를 심어 놓은 논에 물을 뿌려야 하는데 최근 지속된 한파로 땅이 얼까봐서 이마저도 못했다"며 "가뭄이 더 지속되면 드론으로 물을 뿌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주시 진성에서 부경농장을 운영 중인 정재동 씨(65)도 "진주와 의령, 고성 등지에서의 장기 겨울 가뭄으로 밭지역의 작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소 시세가 크게 떨어져 있는데 세계적인 이상 기후와 인플레로 사료값마저 엄청 올랐다"며 가뭄에 타 들어가는 농심 현장을 전했다.
정 씨는 "올해는 가물어서인지 농장에 있는 고로쇠나무의 수액도 지난해보다 훨씬 적게 나온다"고 말했다.
남해에는 지역 특산물인 마늘과 시금치 등 밭장물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남해 특산물인 시금치도 생육부진 현상을 보이면서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파종이 조금 늦은 시금치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류성식 새남해농협 조합장도 “보름 안에 적정량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마늘 등 밭작물 작황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남해에는 수분이 많은 논에 마늘을 파종한 경우가 80%가량링데도 이파리가 마르는 현상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숙 남해군농업기술센터 마늘팀장은 “가뭄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간이토양관측장비로 마늘논 수분 함유량을 점검하고 영농지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번주까지 비가 적당량 내리지 않으면, 상황이 심각한 마을은 신청을 받아 21일부터 저수지 49곳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해주기로 한국농어촌공사와 협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남부 지역인 전남도 비슷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 한달간 진도 지역의 강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도 안 되는 3.7㎜에 불과했다.
봄동배추의 경우 이파리 끝이 누렇게 말라 한창 초록색으로 빛나야 할 밭이 노란색으로 변하고 있다. 올해 수확량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이달 말까지 출하해야 하는 만생종 겨울배추도 지금쯤 결구가 돼야 하지만 물이 부족해 속이 제대로 차지 않아 속잎이 누렇게 변하는 이른바 ‘꿀통 현상’이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