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억대 소득 프리랜서들, 건보료 편법 여전
1억 이상 '지역 건보료 조정' 활용 감면 사례 연 2천건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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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3 19:12 | 최종 수정 2022.05.0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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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에 억대 소득을 올리는 가수, 연예인, 스포츠선수, 웹툰 작가 등 고소득 프리랜서들이 건강보험료를 깎아달라며 조정신청을 해 실제 감액 혜택을 받은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연 소득 1억원 이상의 프리랜서 중에서 최근 3년간 이른바 '지역 건강보험료 조정제도'를 활용해 보험료를 감액받은 경우는 6651건에 이른다.
연도별로 2019년 2227건, 2020년 2716건, 2021년 1708건 등으로 2021년에 소폭 감소했으나 해마다 2000건 안팎에 이르렀다.
이들이 조정 받은 소득액도 2019년 3974억 4584만원, 2020년 4854억 8468만원, 2021년 3111억 2781만원으로 매년 3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다만 프리랜서는 소속 없이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이며, 한 명의 프리랜서가 여러 건을 신청한 사례도 포함돼 있어 조정 건수와 신청자 숫자는 일치하지 않는다.
한해 10억원 넘게 벌었는데도 이듬해 소득이 '0'원으로 처리돼 소득에 대한 건보료를 내지 않는 혜택을 보는 경우도 있다.
가수 A 씨는 2020년에 13억 5515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조정신청을 거쳐 한 푼도 벌지 않은 것으로 인정 받아 이듬해 소득 건보료를 면제 받았다.
웹툰 작가 B씨도 2020년에 10억 213만원의 소득을 거뒀지만 역시 소득이 0원으로 조정돼 소득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이는 지역보험료 조정제도의 맹점 때문이다.
당해연도 소득에만 건보료가 부과되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 자동차에도 건보료가 매겨진다. 이때 보험료가 부과되는 지역가입자 소득은 프리랜서 등이 당해연도에 거둔 소득이 아니라 전년도 소득이다.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등은 경기에 민감해 전년보다 올해 소득이 적은 경우가 종종 생기며 이 과정에서 전년도 소득 기준으로 매긴 건보료는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
건보공단은 이런 사정을 고려해 지역가입자가 폐업(휴업) 사실 증명원, 소득금액 감소증명원, 퇴직(해촉)증명원 등 자료를 제출하면 보험료를 조정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프리랜서는 이전 계약사업체에 요청해 해촉 증명서를 받아서 건보공단에 내면 되는데, 이를 통해 전년도 소득은 단발성일 뿐 올해 발생한 소득이 아님을 입증하면 건보공단은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전년도 소득 정보를 최대 '0'원으로 처리해 준다.
문제는 소득 발생 시점과 보험료 부과 시점 간의 약 1년 시차를 감안해 보험료를 낼 여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일시 보험료를 감면해 주는데 일부 고소득 프리랜서마저 해촉 증명서를 악용해 편법으로 건보료를 회피한다는 점이다.
일부 프리랜서는 이런 식으로 소득을 조정해 직장가입자 가족 밑에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아예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는 얌체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고소득 프리랜서들의 이런 도덕적 해이가 제도의 맹점을 활용한 것일 뿐 불법은 아니어서 건보공단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현재의 소득 파악 시스템으로는 프리랜서가 어디서 어떤 소득을 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마땅히 손 쓸 도리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파악하기 위한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를 도입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