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과 국방부가 지난 2020년 9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 후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 씨(당시 47세)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는 발표에 대해 "월북이 확인된 바 없다"고 말을 뒤집었다.
사건 발생 1년 9개월 만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군·경 당국은 감청정보를 바탕으로 “자진 월북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해양경찰청과 국방부는 이날 발표에 대해 “2년 전 입장을 번복한 것이 아니다”며 “섣불리 월북으로 추정한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은 16일 인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방부 발표 등에 근거해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에 따라 “수사심의 위원회 의견 등을 종합해 북한 군인의 살인죄에 대해 수사 중지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수사가 종결됨에 따라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고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국방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고, 보안 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함으로 인해 많은 사실을 알려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경과 국방부는 2년 전 군 당국의 첩보 내용과 A씨의 채무 관계, 당시 해상 표류 예측 분석 등을 근거로 A씨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인천해경 김대한 수사과장은 “당시엔 국방부 자료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월북으로 추정했는데 현재 수사를 종합해 보니 월북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또 수사 종결 배경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공조 수사 자료가 올 5월 27일 도착했고, 살해 피의자인 북한 군인에 대해 특정되지도 않고 소환 가능성이 없어 절차대로 수사를 종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김성구 정책기획차장도 “그 당시 다양한 첩보를 바탕으로 월북으로 추정된다는 얘기를 했다.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유감스럽다”면서도 “자세한 첩보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군사기밀이 담긴 당시 정보를 공개하면 군의 정보자산이 노출될 위험이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보유했던 사건 당시 군의 보고 사항 등 핵심 자료도 임기만료 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15년 간 볼 수 없다.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진행해온 피살 공무원의 유가족은 이날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당시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언론에 입장을 바꿔 설명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같은 해 9월 27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받은 뒤 "시신 소각이 추정되며,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9월 24일 우리 국민에 대한 총격과 시신을 불태운 만행을 언급한 국방부의 입장문과 맥락이 전혀 다르다.
북한이 9월 25일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사격했다.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한 뒤 부유물을 소각했다"는 내용의 대남통지문을 보낸 뒤 벌어진 일이다.
북한이 대남통지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전하자, 당시 정부는 "매우 신속하고 이례적인 사과"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공개적으로 “문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싶나. 정부의 무능인가 아니면 북한의 잔혹함인가”라며 “집권하면 사건 당시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수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인 A씨는 지난 2020년 9월 21일 오전 1시 35분쯤 연평도 인근 해상 무궁화10호에서 당직근무 도중 실종됐으며 하루 뒤인 22일 오후 북한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