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2일은 '큰 더위'를 뜻하는 절기 대서(大暑)입니다. 큰 대(大)-더위 서(暑), 불볕더위를 뜻합니다. 24절기의 중간인 12번째 절기입니다.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절정의 무더 속위에 매미소리도 우렁찹니다.

작은 더위인 소서(小暑)와 가을이 온다는 입추(立秋) 사이이지요. 양력 7월 22~23일에 듭니다.

예부터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란 말이 절로 나오는 절기인데 요즘은 이보다 더한 '극한 폭염'이란 용어를 종종 씁니다.

지구 온도가 오르면서 올해도 일찌감치 폭염이 절정입니다. 일부 지방에선 이미 40도를 찍는 등 내남없이 파김치가 된 상태입니다.

안타깝게도 일주일새 전국에 폭우로 인한 물난리로 폭염 속 복구에 구슬을 흘리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100mm의 '극한폭우'로 산사태가 난 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현장에서 소방대원 등이 폭염 속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산청군

한 소방 대원이 지난 19일 쏟아진 '극한호우'로 인한 산사태 매몰 현장에서 구조견과 함께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산청군

고려사(高麗史)에는 대서 입기일(入氣日·대서가 시작되는 날)로부터 다음 절기 입추까지를 5일씩 끊어 삼후(三候)로 하는데 초후에는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 나오고, 차후에는 흙에 습기가 많으며 무덥고, 말후에는 큰 비가 때때로 온다고 했습니다.

삼복더위인 대서 때 풍습은 무더위를 피하는 게 많습니다. 그제(20일)가 초복이었고 10일마다 중복과 말복이 이어집니다.

무더위 속에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山亭·산의 정자)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피서, 바캉스이지요. 요즘엔 에어컨 켜진 곳이 피서지입니다.

이 무렵 농촌에서는 논밭의 김매기, 논밭두렁의 잡초 베기 등을 합니다.

35도를 넘나드는 한낮 뙤약볕 아래에서 논밭둑에 난 풀을 베다가 일사병과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올해도 고령층 분들이 많이 돌아가셨습니다. 무조건 한낮 논밭일은 삼갈 일입니다.

먹거리로는 과일이 가장 맛있는 때입니다.

수박, 복숭아, 참외 등이 풍성합니다. 예전엔 돗자리를 깐 원두막에 앉아 먹곤했었지요. 정겹던 시골 정취입니다.

올해는 충청 서해안과 전남, 경남 중부에 극한 폭우 피해로 농산물 값이 엄청 오를 것 같습니다.

벼는 너무 더워도 웃자라 도열병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병해충 방제를 하는 철입니다.

농업인들은 폭우로 흙탕물에 침수된 벼논 병해충 예방 농약을 치느라 대서인 오늘도 들에 나가 있습니다. 한낮 들일은 절대 하면 안 되겠습니다.

거꾸로 비가 자주 와 기온이 내려가면 냉해를 입습니다. '삼복(三伏)에 비가 오면 대추나무에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엔 수확해 놓은 햇밀과 보리를 도정해 냉면과 보리밥을 해서 먹었습니다.

한여름 시원한 냉면과 강된장을 푼 꽁보리밥을 호박잎에 싸 먹으면 천하의 일미입니다. 입맛이 당기지요. 모두 찬기운의 곡물입니다.

대서 속담으로는 '소서, 대서에 하루 놀면 동짓섣날 열흘 굶는다'가 있는데 곡식이 한창 자라는 이 시기에 논밭 김메기, 논밭두렁 풀베기 등을 게을리 하면 잡풀이 영양분을 다 빨아 먹고 곡식의 자람을 방해해 소출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또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는다'는 염소뿔은 엄청 단단한데 이 뿔도 녹일 정도로 무덥다는 뜻이지요. 염소가 싸울 때 뿔로 부닥치는 것도 단단한 뿔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서 절기 내 고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기도 합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입니다. 작은 소리로 읊으면서 옛 추억 속으로 가보십시오.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