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폭우로 벼논 등에 큰 침수 피해를 입은 경남 진주시 동부 지역 주민들이 22일 "한국농어촌공사가 폭우 속에 들판과 마을 침수를 막기 위해 가동을 해야 하는 배수장 전원을 꺼버려 배수 기능 원천 차단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날 오후 진주시청에 관련 기자회견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경남 진주시 사봉면 마성리 배수장 건물. 왼쪽 건물이 확장 중인 새 건물이고 오른쪽은 펌프 모터를 가동 중인 건물이다. 앞 건물에 2개, 뒷 건물에 2개 등 4개의 모터가 설치돼 있다. 건물은 완공됐고 모터 설치 작업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와 관련이 없다. 이상 정창현 기자

진주시 사봉면 주민들과 복수 농업인은 이날 더경남뉴스에 "19일 오후의 사봉 북마성 들판 대규모 침수는 농어촌공사의 판단 잘못으로 인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사봉면 북마성마을 A 이장은 "19일 들에 갑자기 물이 차 올라 오후 3시 30분쯤 마을 새마을지도자와 함께 배수장으로 가보니 배수장 건물 불이 다 꺼져 있었다"며 "급히 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에 전화를 걸어 알아봤더니 이곳 배수장 비상근무자가 배수장 침수로 인한 누전 우려로 오후 3시 차단기를 내리고 철수했다"고 말했다.

이날 진주시 동부 지역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까지 집중 호우가 내렸다.

19일 집중 호우에 벼논들이 완전히 물에 잠긴 마성 들판 모습. 정창현 기자

이장 A 씨는 이어 "농경지 침수 우려가 있으니 다시 나와서 배수 펌프를 작동시키면 안 되냐"고 했더니 "인명이 중요하다. 직원을 보낼 수 없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A 씨는 "배수장 건물 안에 건물 침수를 막기 위한 배수 펌프가 있어 배수 펌프의 침수를 방지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완전 침수가 될 때까지 펌프를 가동하고서 마지막 여의치 못할 때 전원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 진주·산청지사 관계자는 "배수장 모터 펌프는 예전에 설치한 구형으로 침수되면 곧바로 가동이 중지된다"며 "같이 설치돼 있는 작은 펌프는 배수 펌프가 작동 중 발생하는 물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라 배수장으로 들어오는 물을 제거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오후 3시에 너무 일찍 철수한 게 아니냐'는 물음엔 "그 당시 침수 수위가 가동 한계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배수 펌프장의 전기는 고압 전기로 침수로 누전이 되면 침수물에 인근 주민들이 감전되거나 주위 마을 등에 정전이 될 우려도 있다"며 "작동중 침수로 고장이 나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수리 기간이 걸리지만 사전에 전기를 차단하고 침수된 펌프는 빠른시간에 수리가 가능해 차후 발생하는 태풍 등 추가 재해에 대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남마성 배수장과 같이 확장 및 시설 교체를 진행 중이지만 전국에 아직도 구형 배수장이 많다"고 전했다. 이 말이 맞다면 극한호우가 잦은 지금 구형 배수장은 무용지물이란 말이다.

A 씨는 이어 "침수된 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농지는 다 침수됐지만 물이 빠져야 하는데, 장시간 물에 잠겨 피해를 크게 키우고 있다"며 "배수장 설치 목적이 침수 방지인데, 농어촌공사는 누굴 위해 있는 조직이냐"고 성토했다. 인근 남마성 배수장은 19일 배수 펌프를 계속 작동해 다음 날 침수 물이 빠졌다고 전했다.

지자체, 즉 경남도(실젠 진주시)가 관리하는 반성제1배수통문 모습. 진주시 사봉면 방촌 들판에 물이 차면 하천으로 빼내기 위한 시설이다. 정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