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초월!"···수세식 변기 뚜껑 열고 물 내렸더니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2.10 04:05 | 최종 수정 2022.12.11 04:14
의견
0
수세식 화장실의 변기 뚜껑을 열어 놓고 물을 내릴 때 세균 비말이 천장까지 솟아오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공학 연구팀은 지난 8일(한국 시간) 변기의 물을 내릴 때 변기 밖으로 튀어 오르는 비말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었다.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한 뒤 반드시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야 하는 이유가 실험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연구팀은 북미 지역의 공중 화장실에서 흔히 사용하는 뚜껑 없는 실린더 플러시형 변기를 실험 대상으로 녹색 레이저와 카메라를 통해 변기 밖으로 나오는 비말의 속도·방향 등을 관찰했다. 변기 안에 대변이나 화장지 등은 없는 상태였다.
실험 결과, 비말은 초속 2m로 분출돼 8초 이내에 1.5m 높이에 도달했다.
비말 중 무거운 것은 몇 초 안에 표면에 가라앉았지만 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보다 작은 입자는 공중에 몇 분간 떠있었다. 비말은 주로 위로 분출돼 뒤쪽 벽으로 향했는데 일부는 실험실 천정에까지 도달한 뒤 공간 안으로 확산했다.
실험연구 논문의 주요 저자인 존 크리말디 교수는 “사람들이 화장실 변기에서 비말이 분출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를 본 적은 없다”며 “입자가 그냥 떠오른 게 아니라 훨씬 강하게 로켓처럼 나왔다”고 밝혔다.
수세식 변기의 물을 내릴 때 대장균과 노로바이러스 등 각종 병원균이 비말과 함께 튀어나온다는 연구 사실은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20년 11월 5일 영국 언론매체 데일리 스타에 따르면, 영국의 화장실 청소 세정업체인 하픽(harpic)은 수세식 화장실의 물내림 실험을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해 공개했다. 물을 내렸을 때 튀어오르는 에어로졸의 모습을 색상으로 표현했다.
에어로졸은 대체로 지름이 1㎛에 불과한 고체 또는 액체 미세 입자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방울보다 훨씬 작다. 안개나 구름, 연무(煙霧)와 비슷하다.
이 실험에서 수세식 변기 뚜껑을 열어 두고 물을 내렸더니 박테리아 등 각종 세균이 가득한 에어로졸이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사방으로 튀어올라 화장실 전체로 퍼졌다. 에어로졸이 최대 180㎝까지 튀어 화장실에 비치된 수건과 칫솔까지 오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장쑤성(江蘇省) 양저우(揚州)대 등 국제공동연구팀도 같은해 6월 변기의 물을 내릴 때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에어로졸에 섞여 변기 밖으로 분출된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까지 퍼지는지를 확인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변기 물을 내릴 때 에어로졸이 거의 92㎝까지 튀어올랐다.
왕지샹 연구원은 “에어로졸은 크기가 너무 작아 공기 중에 약 1분 동안 떠 있었다”면서 “소용돌이로 형성된 에어로졸의 약 60%가 변기 위까지 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이 함께 사용하거나 다중이 이용하는 화장실은 에어로졸 형성이 잦아지고 빨라질 것”이라며 "에어로졸 형성을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뚜껑을 닫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일련의 실험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변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배설물을 통해 전파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작됐다. 아직까진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