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병 6천원' 거론에 화들짝···정부, 소줏값 실태조사로 사실상 제동
소줏값 인상 요인, 동향 점검…주류업체 이익·경쟁도 주시
국세청, 주류업체와 비공개 간담회…업계 자정 노력 주목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2.26 20:21 | 최종 수정 2023.02.27 00:51
의견
0
정부가 '소줏값 6천원' 시대만은 막기 위해 주류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소줏값 인상 요인과 주류업계의 인상 동향은 물론, 필요하면 주류사의 이익 규모와 경쟁도까지 점검하려는 의도이다.
26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최근 주류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소주의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 주정 제조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병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주류업계가 소줏값을 인상할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음식점에서 통상 1천원 단위로 술값을 올리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또 소줏값을 올리면 병당 6천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임계점에 다다르자 긴급 행동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줏값 인상 움직임 보고를 받자 골바로 대응 방안을 지시했다. 그는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소주 등 국민이 가까이 즐기는 그런 품목에 대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현재 원재료와 제품 제조 과정에서의 에너지, 병 가격 상승 등이 소줏값 인상으로 이어질 만큼 정당성이 있는지를 점검 중이다. 주류업체의 소줏값 인상 동향도 살펴보고 있다.
기재부는 이를 통해 시중 은행들처럼 사상 최고 순이익을 벌어들이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은 아닌지 보겠다는 기류도 있다.
독과점 등 주류업계의 경쟁구조도 살펴 생산과 유통, 판매 과정에서 독과점 구조가 가격 인상을 쉽게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더 많은 경쟁사가 진입할 수도 있다는 취지다.
주류 업계를 직접 담당하는 국세청은 이미 주류업체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서민의 술인 소줏값 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음식점들의 소줏값 인상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위원회도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민생 분야 담합 행위를 중점 조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추종 인상이라도 각자 결정한 게 아니라 따라 올리기로 합의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경제를 채택한 상황에서 정부가 물건의 가격을 올려라 마라 개입을 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가격 인상에 취약한 구조라면 경쟁을 촉진하는 등 여지는 있는 것"이라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