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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선택 이재명 전 비서실장, 유서에 "대표님, 이제 모든 걸 내려놓으십시오"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3.10 12:20 | 최종 수정 2023.03.11 01:53 의견 0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지요"

지난 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형수(64) 씨가 남긴 유서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 씨는 유서에서 “열심히 일만 했는데 검찰의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는 심경을 밝히고, 이 대표에게 서운한 마음을 토로하면서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도 유서에 포함됐다.

전 씨의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최근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전형수 씨. 경기도 제공

10일 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숨진 전 씨의 집안에서는 노트 6쪽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전 씨는 유서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억울하다는 취지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는 이 대표에게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라”는 취지의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유족이 유서 공개를 거부해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에 관해서는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에는 전 씨가 성남시 행정기획국장 때(2014~2015년) 네이버 관계자를 수차례 만나 40억원을 성남FC에 지원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전 씨는 9급으로 공직에 입문해 성남시의 동사무소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2016년 수정구청장, 2017년 행정기획조정실장(3급·부이사관)을 거쳐 이 전 지사 당선 직후 당선인 비서실장, 도지사 비서실장을 지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와 관련해 이날 “작년 12월 26일 한 차례 영상녹화 조사를 진행했고 그 이후 별도의 조사나 출석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전 씨는 또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인 쌍방울 그룹 비리 의혹에도 등장했다. 그는 2019년 5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모친상에 이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자격으로 조문을 했다. 전 씨는 조문을 마친 뒤 쌍방울 관계자에게 “남북 경협 합의서 체결을 축하한다. 대북 관련 사업의 모범사례가 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 중인 이 대표의 옆 아파트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 직원 합숙소와 관련해서도 당시 그가 GH 경영기획본부장 겸 부사장, 사장 직무대행으로 재직하다가 퇴직해 관여 의혹을 받아왔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이 두 사건 과 관련해 조사를 하거나 출석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전 씨의 빈소는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됐으며 경찰에서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시신 부검을 검토하고 있으나 유족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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