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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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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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기업들이 밀과 성질이 비슷한 분질미, 이른바 가루쌀을 이용한 제품 개발에 나선다.
가루쌀로 만든 제품이 상용화 한다면 쌀이 남아도는 수급 불균형 현상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쌀 소비량은 56.9kg. 2005년 80.7kg였던 쌀 소비량은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줄어 17년 간 29.4%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쌀 생산량은 476만 8천t에서 376만 4천t으로 21% 줄었다.
쌀 소비는 급격히 줄지만 공급량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완만해 쌀 값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농민들은 줄곧 어려움을 겪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농가 소득을 올리고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해 수요가 줄고 있는 밥쌀 대신 가루쌀 생산을 장려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특장점은 밀하고 이모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밀 생산 늘리고 밀 수입량 줄이고, 또 가루쌀은 벼 처럼 생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식량 자급률을 45% 수준에서 50%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루쌀은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쌀로, 성질이 밀과 비슷해 밀가루로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가루쌀을 재배할 경우 밥쌀 재배면적을 줄일 수 있어 수급 균형을 통해 폭락하는 쌀 값을 방어할 수 있는 작물로도 기대를 모은다.
정부는 올해 25억 원을 투입해 식품업체 가루쌀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데, 농심과 삼양식품, 해태제과 등 15곳이 참여했다.
식품회사들은 오예스나 짜장라면 같은 밀가루 기반 제품에 가루쌀을 접목할 방법을 찾아 실제 가공식품을 만들어 연말께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데침 공정을 통해 면 내부 깊숙이 호화(점도를 높이고자 온도를 올리는 것)를 시켜 쫄깃한 식감을 줄 수 있는 제조 공법을 준비했다. 이 공법을 활용해 글루텐 프리 쌀가루 제품 개발에 활용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변수는 오늘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이다.
쌀 초과생산분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오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 통과로 쌀 생산량이 지금보다 늘어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한데, 가루쌀 육성을 통해 쌀 재배 면적을 줄여나가겠다는 정부 식량 정책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