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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55세, 아직 괜찮아요"…조용필 열창에 3만 5000명 '떼창'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14 22:29 | 최종 수정 2023.05.15 08:29 의견 0

'가왕(歌王)' 조용필 씨가 오랜만에 지난 13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2023 조용필 & 위대한탄생 콘서트'를 가졌다.

이날 콘서트는 조용필 씨가 가수 데뷔 55년을 기념해 그의 가수 인생을 축하하는 행사로 진행됐다.

13일 오후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데뷔 55주년 '2023 조용필 & 위대한탄생' 콘서트. YPC,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콘서트에는 3만 5000명의 구름 관객이 자리했다. 좌석은 매진이었다. 관람객들은 손에 '오빠', '형님'을 적은 피켓을 들고 한곡 한곡 열창 때마다 환호하며 흔들었다.

조용필 씨는 콘서트 도중에 “제 나이가 올해 몇인 줄 아시죠? 오십다섯입니다. 아직 괜찮습니다”라며 팬들의 환호에 답했다. 1969년 데뷔했으니 올해로 55년이 됐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인 1950년생인 그의 나이는 올해 73세다.

공연 전 올림픽주경기장 앞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크게 붐볐다. 조용필의 음악은 이처럼 남노소와 나이를 불문하고 꽤나 폭넓은 편이다.

무대를 중심으로 대형 폭죽 쇼와 화려한 레이저 쇼가 펼쳐져 공연 분위기를 돋웠다.

조용필 씨는 반짝이는 검은색 수트에 화려한 무늬의 셔츠,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조용필식' 록의 절창으로 평가받는 '미지의 세계'로 콘서트의 문을 열어졎혔다. '그대여', '못찾겠다 꾀꼬리'를 연이어 불렀다.

“저는 별로 멘트가 없습니다. 다 아시니까 그냥 즐기세요. 저는 노래할게요.”

이처럼 2시간이 넘는 공연 중에서 단 세 차례만 말을 했다. 그마저 2~3분으로 짧았다. 앵콜곡을 포함해 25개의 명곡으로 빈틈없이 채웠다.

'단발머리', '어제 오늘 그리고' 등에서 조용필 씨 특유의 쫀쫀한 창법과 리듬감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감미롭게 소화했다.

조용필 씨는 이날 공연에서 “맞바람 때문에 콧물이 나온다”고 말하면서도 공연 내내 목소리는 힘을 유지했다.

열창하는 조용필 씨. YPC,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밴드 '위대한 탄생'이 전주를 할 때마다 객석의 분위기가 시시각각 반전을 거듭했다.

그가 지난해 콘서트에서 부르지 못했다던 ‘창밖의 여자’와 ‘친구여’를 부를 땐 '떼창'이 울려퍼졌다. ‘비련’의 첫 소절 ‘기도하는’을 부르는 순간, 일제히 '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변함없는 레퍼토리다.

조용필 씨는 이를 두고 "여러분의 소리가 나오는 노래"라고 화답했다.

평소 공연에서 잘 부르지 않던 초기 히트곡들도 오랜만에 불렀다. 그는 “하도 안 하니까 항의가 들어오더라”고 했다.

1975년 발표한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조용필 씨의 지금이 있게 한 곡이다. 그는 1980년 발표한 '잊혀진 사랑'을 부르기 전 “이 노래는 사실 여러분들의 곡이다. 저는 TV에서 한 번도 이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고음곡인 '모나리자'를 부르자 몇몇 관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이어 '여행을 떠나요'의 흥겨운 기타 소리가 울리자 대부분 일어나면서 분위기는 최고조로 옮아갔다.

그는 잠시 몇 분을 쉰 뒤 다시 등장해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바운스'(Bounce)를 앵콜곡으로 선사했다. 팬들은 “건강하세요” “고마워요”라고 화답랬다.

이날 공연은 조용필 씨가 칠십을 넘긴 나이임에도 '고인물'이 아닌 여전히 '흐르는 물'임을 증명한 무대였다.

지난해 발표한 '세렝게티처럼'을 부를 때 무대 위의 반원형 전광판에 넓은 초원과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펼쳤다. '태양의 눈'과 '고추잠자리'의 무대는 뮤지컬을 보는 것 같았다.

이날 조용필 씨의 공연 절정은 지난달 발표한 신곡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였다.

재치 있는 가사와 멜로디가 특징인 신스팝(신시사이저를 사용한 팝 음악) 장르의 곡으로, 라이브 무대에서는 이날 처음 불렀다.

1980년 1집의 대표곡 '단발머리'에서 존재를 알렸던 조용필의 신스팝이 한층 청량하고 흥겹게 진화한 느낌을 줬다.

조용필 씨는 지난 2003년 데뷔 35주년을 기념해 국내 가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이날 공연은 8번째 공연이었다. 모두 매진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날 공연은 다음달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공연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조용필 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 전야제 때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 처음 올랐다”고 상기시키며 당시 발표한 ‘서울 서울 서울’을 부르기도 했다.

조용필 씨는 오는 27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다시 콘서트를 연다. 올해 안에 정규 앨범 20집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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