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인 지난 27일 오후 함안군 괴산리 무진정(無盡亭)에서 열린 '낙화놀이' 축제에는 예상의 두 배가 넘는 5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일부 도로가 마비되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 4월 기준 함안군 인구는 6만 1011명이다.
무진정(無盡亭)의 뜻대로 행사 방문객이 다함이 없을 정도로 밀려들었다.
경남 무형문화재 제33호인 함안 낙화(落火)놀이는 참나무 숯을 간 숯가루를 한지로 싼 뒤 꼬아 만든 실(낙화봉) 3000여개를 줄에 매달아 해질녘 불을 붙이는 민속놀이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오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평년보다 5배 가까운 군민과 관광객이 모이면서 교통 혼잡은 물론 인터넷, 휴대전화 등이 끊겼다. 행사장 주 무대인 연못 주변의 자연 지형은 경사진 곳이 많아 많은 인파가 밀려 넘어지면 자칫 대형 인명사고도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함안군은 함주공원 등 행사장 주변 8곳에 1900여 대 수용 임시주차장을 마련하고 행사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교통대책을 마련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한꺼번에 수많은 차량이 몰리면서 주변 도로 갓길은 일찌감치 포화 상태가 됐고, 셔틀버스까지 도로에 갇혔다.
이날 방문객들은 행사장으로 가는 도로가 막히자 수km 떨어진 도로에 차를 세우고 행사장까지 1시간 넘게 걸어갔다.
행사장인 무진정을 향하는 일반도로는 물론 함안으로 진입하는 국도와 고속도로도 정체됐다. 평소 창원시 마산에서 함안 행사장까지 차로 30여 분이면 가는데 2~3시간이 넘게 걸렸다.
함안군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처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 4시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오후 7시 본행사에 들어가 오후 9시 20분까지 낙화놀이를 할 예정이었으나, 2만여명이 넘는 관람객이 행사장에 들어오자 안전 사고 등을 우려해 식전 행사 등을 취소했다. 당초 오후 7시부터 시작하려던 낙화놀이도 오후 5시 50분으로 앞당겼다.
함안군은 이후에도 인파가 끊임없이 행사장으로 몰려들자 오후 5시쯤 ‘행사장으로 많은 차량이 몰려 도로 정체 등 안전사고가 우려돼 유의바란다’는 안전안내 문자를 발송했고 이어 오후 5시 18분쯤에는 ‘안전사고 우려로 행사장 입장을 통제하고 있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안내문자를 발송했는데도 인파가 늘자 오후 6시 35분에는 ‘행사장에 있는 관광객은 조기 귀가를 해 달라’는 안내문자를 보냈다. 이어 오후 7시 31분에 ‘낙화놀이 행사장에 많은 차량과 인파가 몰려 도로 정체 등 안전사고가 우려돼 입장이 불가하니 귀가해 달라’는 문자를 한번 더 발송했다.
당시 상황은 지난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행사장에서 159명이 희생됐던 분위기를 연상시켰다.
이날 사태는 함안 낙화놀이가 최근 1∼2년 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방송에 노출되며 입소문을 탄 데다 코로나19 해제, 연휴 등으로 관광객이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3일 KBS 인기 프로인 '동네한바퀴'에서 함안의 '낙화놀이'가 소개돼 방문객이 크게 는 것으로 풀이됐다.
함안군청 홈페이지와 뉴스 댓글의 의견은 엇갈렸다.
주최 측인 함안군을 비난한 쪽은 '최악의 행사', '낙화 지옥', '다시는 함안을 찾지 않겠다'는 등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포털 사이트에 "안전을 위해 인원 통제한 건 잘 한 일인데 통제다운 통제를 안 함. 차량통제 구간에 미리 세워둔 차들이 많고 들어오는 차가 많아 셔틀이 먹통됨. 저 멀리 주차장에 차 세워두고 셔틀을 타려고 했지만 못 탐. 2만 2천명 예상했다고 하는데 화장실도, 식음료도 제대로 준비가 안 됨. 이번 문제점을 보완해야"라며 현장 상황을 지적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많은 인원이 갈 지 몰랐다는 건 맞는 얘기지만 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점점 사람이 많아지고 몰린다는 걸 직접 느끼고 통제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뉴스에서 1000명 안전요원이라 했는데 안전요원 본 적이 없어요. 카페 3층에 있는 사람들을 1층으로 보내는 경찰 1명? 거의 탈출하다시피 나갈 때 보았던 보안업체 몇 명을 말한 건가요? 도로에 차량 정리 도와주시는 모범운전수 봉사자분들 이렇게 밖에 없었어요"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주최 측의 관리 협조에 응하지 않은 방문자들을 나무라는 글도 많았다.
네티즌들은 "이태원 참사 보고도 저런 소릴 하면 안 되지. 행사장 입장 통제는 백번 잘한 일이구만", "주최 측 옹호할 생각 1도 없지만 행사 장소 통제는 잘 한 거임. 통제 안 했다면 제2의 이태원 참사 일어났을 거임. 행사 장소에 5만명이 아니라 1만명도 벅참. 행사 장소(무진정 연못) 한번이라도 가신 분이라면 공감할 거임" 등의 글로 지적했다.
이에 조근제 함안군수는 28일 '제30회 낙화놀이'에 인파가 몰리며 교통 혼잡·마비 등 문제가 발생한 것과 관련, 사과문을 올렸다.
조 군수는 "군을 찾아준 여러분께 여러 가지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예상을 뛰어넘은 인파로 지역 도로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행사장 진입이 불가해 낙화놀이를 관람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일이 발생한 것 등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조 군수는 이번 행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모든 축제와 행사에 대해 철저한 계획을 수립해 방문객을 맞이하겠다고 덧붙였다.
함안군 관계자는 "과거 관광객 1만명 내외가 다녀간 것을 토대로 올해 2만 2000여명이 올 것으로 보고 행사를 준비했다"며 "예상보다 많은 분이 오셔서 저희가 제대로 대응을 못 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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